인도 델리에서 파키스탄 비자 받기 (1박 2일 소요..^^)

인도 델리에서 파키스탄 비자를 받았습니다. 2008년 5월 22일날 신청해서 다음날인 23일 받았어요..
2007년에 어떤 분이 쉽게 받으셨다는 블로그 글 보고 당연히 쉽게 쉽게 될줄 알았는데 절차가 좀 복잡해졌습니다. 잘못하면 신청 자체를 당일날 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잘 읽어보시고 꼭 당일날 성공하시길…


파키스탄 비자 신청은 아침 9시부터 오전 11:30분까지만 됩니다. 오후에는 절대 안해주더군요..
저도 아침 7:40 델리에 도착할 예정이던 기차가 3시간이나 연착하는 바람에 그날 비자 신청을 못했어요. 대사관에 찾아갔지만 아무리 사정해도 안되더군요..ㅡㅡ;


그리고 비자 fee 납부를 대사관이 아닌 근처 은행에 가셔서 납부한 후 다시 대사관에 오셔야 합니다. 그런데 그 은행이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요..ㅋㅋ 오전 11:30까지 비자 신청을 받으니까.. 시간이 빠듯합니다. 혹시 비자 신청 창구에 줄이 길다면 다음날 다시 와야할 가능성도 있죠..


한국 대사관의 추천 letter를 받아와야 하는건 변함이 없습니다.


아! 그리고 비자 신청서를 타자기로 타이핑해야 합니다. 여러 사람들 필체가 다 달라서 그런거 같은데 비자 신청 창구에서 약 30미터 떨어진 곳에 타이핑을 해주는 곳이 있습니다.

타자기 치는 사람들..

구식 타자기로 비자 신청서를 타이핑 해주는 곳.



제가 아래에 비자 신청시 움직일 최적의 동선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시간대별로 이대로 잘 따라하시면 당일날 신청이 성공할거에요..^^


배낭여행객들이 대부분 숙박을 하는 Main Bazaar에 묵으시는걸 기준으로 정리하겠습니다.



8:00AM
숙소를 출발합니다.
오토릭샤를 타시면 20~25분정도 걸립니다.
요즘 시세로 80루피 정도 합니다. 능력 있으시면 더 깎으세요..ㅋ


8:30AM
파키스탄 대사관에 도착합니다.
아마 비자 신청 창구는 열려 있을겁니다.
참고로 비자 신청 창구는 대사관 안에 있지 않고 담벼락에 있습니다.
비자 신청을 길거리에서 해야 한다는 말이죠..ㅡㅡ;
비자 신청을 하러 왔으니 신청서랑 필요한거 다 달라고 말합니다.
참고로.. 한국인 일반 여행객일 경우 5번 창구입니다.
신청서, 은행 납부 안내문 등 필요한 서류를 받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5번 창구의 위치




8:45AM
비자 신청서를 창구에서 30미터정도 떨어져 있는 타자기 치는 사람들에게 가져가서 작성을 부탁합니다. 아무래도 타이핑하는건 의무화 된 듯 합니다.
타자기 치는 사람들이 현지인이기 때문에 숫자나 한국 주소 같은것 들을 말로 해줘도 잘 못알아 들으니까 빨리 하시려면 반드시 기본 신상 정보는 꼭 프린트를 해서 가세요..
영문 이름, 아버지(또는 남편) 영문 이름, 한국 집주소, 여권번호, 여권 발급/만기일, 생일, 직업 등등…
타자치는 시간은 5-6분 정도 소요됩니다.
타이핑이 완료되면 가방에 잘 넣으시고 바로 한국 대사관을 향해 갑니다..^^



9:10AM
한국 대사관에 도착합니다. 걸어서 15~20분 소요되구요.. 릭샤보단 걷는게 좋습니다.
델리에 있는 모든 외국 대사관들이 한 동네에 모여 있기 때문에.. 찾기 쉽습니다.
찾는 방법은… 사람들에게 물어보시는게 가장 빠릅니다..ㅋ
길에 지나가는 사람들, 오토릭샤 운전사들.. 잘 모릅니다. 물어보지 않는게 좋구요.
다른 나라 대사관 입구를 지키는 경비원들에게 한국 대사관이 어딨냐고 물어보세요.
그 사람들이 가장 잘 압니다.
한국 대사관에 들어가서 파키스탄 비자 신청땜에 왔다고 하면 잘 해주실거에요..
근데 영사님과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요즘엔 신청자가 많나봐요.. 잘 안해주시려고 하시는거 같은데.. 절대 화내거나 짜증 부리지 마시고.. (30살인 저한테 반말 쓰시던데..^^) 최대한 겸손하게.. 지혜롭게 잘 응답하시면 잘 해주실겁니다.
인터뷰 후에 로비에서 잠시 기다리면 추천서를 드릴겁니다. 한 15분정도? 그동안 인터넷이나 한국 TV를 보시면서 좀 쉬시구요..^^


9:50AM
한국 대사관을 나옵니다. 한국대사관 레터 받자 마자 일찍 나오셔도 어차피 은행이 10시에 문을 여니까 9시50분쯤 나오시는게 좋아요.. 그동안 대사관 대기실에서 인터넷 하시는게 젤 좋을듯..^^
나오셔서 릭샤를 타세요.. 은행 위치를 모르니까..ㅋ
릭샤 비용은 30~40루피 선입니다.


10:05AM
은행에 도착합니다. 참고로 Standard Chartered Bank의 Malcha Marg 지점입니다.
웬만한 릭샤 기사는 은행 알겁니다. 은행에 가서 비자 비용을 납부합니다.
제가 신청한 시점 기준으로 1520루피 (약 3만8천원) 입니다.
달러는 안되고 인도 루피만 가능합니다.
은행을 나와서 다시 릭샤를 타고 파키스탄 대사관으로 갑니다. (30~40루피)
참. 납부 영수증을 대사관에 납부해야 하니 절대 분실하면 안됩니다.


10:20AM
파키스탄 대사관에 도착해서 5번 창구에 비자 신청서와 비자fee 납부 영수증을 제출합니다.
모든 서류가 다 정상적이라면 몇일날 몇시에 오라는 쪽지를 줄겁니다.
이 쪽지는 절대 분실하면 안됩니다. 비자 발급 완료 후에 여권 찾을때 이거 없으면 절대 안주더군요.. (저도 잠시 잃어버린줄 알아서..ㅠㅡㅠ)


10:30AM
이제 모든 신청 단계가 완료되었네요..ㅋ 나머지 시간은 푹 쉬거나 재밌게 델리 시내 구경 하시든가..ㅋㅋ



아래 사진들은 비자 신청하는 곳 담벼락에 붙어 있었던 각종 안내문들입니다. 모두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미리 참고해서 가시면 좋을듯 하네요.. (클릭하면 큰 이미지 뜸)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자 Fee 납부 방법 안내문



음.. 그리고 신청한 다음날 파키스탄 영사님과 반드시 인터뷰를 해야 하거든요..
아마도 비자 신청 접수 다음날 (업무일 기준으로..) 아침 9:30분에 오라고 할겁니다.
저 같은 경우 시간 맞춰서 갔는데 2시간30분 기다렸어요..ㅡㅡ;
혹시 모르니까 인터뷰하러 갈때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니 아침은 꼭 드시고 읽을 책 같은것 가져가시길..ㅋㅋ 배고프고 지루합니다..ㅠㅠ


전 인터뷰가 끝나고 릭샤 타고 델리 시내 가서 점심 먹구요..
인도 영화관에 가서 인도 영화 한편 재미있게 보고 잠시 델리 대학교 캠퍼스 구경갔다가 파키스탄 대사관 가니 딱 시간이 맞더군요. 바로 여권, 비자 찾아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후후.. 많이 복잡하죠..
잘 모르고 가면 신청하는것만 이틀 걸립니다..ㅋㅋ 잘 계획 세우셔서 하루만에 신청하고 다음날 바로 비자 찾으시길 바래요..^^

제가 받은 파키스탄 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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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비자...


유라시아 여행 일기 Day 21 – 정말 심심했던 날..ㅡㅡ;

2008. 5. 12. (월) Day 21

PM 6:15
오늘은 거의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아침 8시쯤 일어나서 호텔에서 주는 아침을 먹고 방에서 일기 타이핑하고 커피숍 들어가서 Ice Latte 시켜서 마시면서 WiFi 접속해서 인터넷을 했다. 이게 오늘 내가 한 거의 전부다. 또 배가 고파서 저녁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비자랑 비행기 일정 때문에 방콕에 발이 묶여 버린 것 같다. 난 방콕의 분위기가 싫어서 그냥 조용히 쉬면서 지내는게 차라리 좋을 것 같다. 내일은… 이란 대사관에 다시 가서 준비된 이란 비자를 바당오고 시간이 되면 시랏차의 선배 집에 갈까 한다. 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는데 가고 싶긴 하다. 어차피 방콕에선 남는게 시간이니까.

아침 먹으러 나오면서 창밖을 보며 무심하게 한컷 찍었다.. 아래 보이는 테이블이 호텔 손님들 아침식사 하는곳..

저녁.. 방콕에 와서 처음으로 똠양궁을 먹었다. 시큼한 맛이 그리 강하지 않은 것이.. 관광객용이었는듯.. 난 정말 오리지날 태국식을 기대했었는데..

배낭여행객들이 집결하는 Kaosan Rd. 남대문시장과 비슷한 분위기인데.. 태국 경찰이 이렇게 오토바이를 타고 단속을 하면 상인들이 번개같은 속도로 숨어버린다..

유라시아 여행 일기 Day 20 – 파타야에서 주일예배..

2008. 5. 11. (일) Day 20

PM 3:10
오늘은 세 번째 주일이다. 오랜만에 한국어로 주일 예배를 드렸다. 사랑의교회 중등 1부는 어떨까… 3학년 5만은 새 담임 선생님을 구했을까…? 여행 하면서 미처 그런 생각 못했는데 주일이 되니 많이 생각이 난다.

난 오늘 버스를 타고 Pattaya에 왔다. 방콕에서 2시간 거리인 이곳엔 대학교때 같은 선교 단체에서 훈련 받았던 박종안 선배가 살고 있다. 오늘 파타야에서 만나 같이 한인 교회 주일 예배에 가기로 했다. Pattaya에 도착하자 마자 엄청난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버스 터미널에서 전화를 했다. 한 15분만에 차를 몰고 선배가 나타났다. 이렇게 반갑다니… 긴 여행 중 처음으로 만난 지인이다.

새로 지어진 깔끔한 예배당에서 한국어로 예배를 드리고 한국 음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정말 오랜만에 먹는 한국 음식인데 혓바늘 때문에 잘 먹지도 못한 것 같다. 선배의 wife분도 어제 처음으로 태국으로 와서 태국 생활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이것 저것 쇼핑을 하느라 바빴다. 같이 까르푸에서 쇼핑을 하고 난 beach로 왔다.

여기 파타야에는 나이 많은 중년 서양인 남자와 나이 어린 태국 여자가 같이 다니는 경우가 많다. 선배의 설명에 의하면 은퇴하거나.. 돈을 모아서 이곳에 와서 현지 여자를 첩으로 얻어서 같이 사는거라고 한다. 왠지 기분이 안좋고 그들을 보는 시선이 자연스레 이상해진다. 정말 그러고 싶을까..? 이해가 안간다.

선배로부터 63,000 Bhat를 받았다. 여행 자금… 약 $2,000이다. 이제 이 돈으로 여행을 끝까지 잘 마무리해야 한다.

파타야 비치에 앉아있는데 그다지 이쁘진 않다. 그냥 부산 앞바다 해운대 해수욕장 정도..? 날씨가 안좋아서 그럴까..? 일어나야지.

방콕에서 파타야로 가는 버스를 타는 버스터미널

파타야까지 타고갈 버스..... 약 2시간정도 소요되나..??

엄청난 폭우를 뚫고 도착한 한인교회에서..

태국에서 상봉한 선배..ㅋ

예배가 끝나구.. 파타야 해변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에도 왔다..

날씨가 너무 우중충해서.. 비는 안와서 다행이었지만 암튼 그다지 해변이 이쁘진 않은..

해변에 앉아서 잠시 일기도 쓰고 하면서 시간 보냈음.

파타야 해변가 도로

유라시아 여행 일기 Day 19 – 방콕 셋째날

2008. 5. 10. (토) Day 19

AM 9:20
방콕에서의 셋째날. 오늘 카오산 로드로 숙소를 옮긴다. 어제 빨래를 다 하고 빨래를 널어놓고 카오산 로드에 갔다. 2004년 여름에도 이곳에 왔었는데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사진 동호회에서 잘 알았던 한 커플이 묵었던 D&D INN이 보여서 그냥 그곳으로 들어가서 숙소 예약을 했다. 좀 시끄럽진 하지만 차라리 이곳이 낫다. 그리고 인도 Kolkata행 항공권을 6000바트에 예약했다. 다음주 목요일 출발. 방콕에서 하루 이틀씩 일정이 지연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안좋았는데… 여유 있게 생각하기로 했다. 방콕에서 머무는 6일동안 충분히 휴식하고 인도 이후의 계획들에 대해서 천천히 생각해봐야겠다.

PM 2:35
숙소를 옮기고 급하게 점심을 먹으려고 앞에 있는 맥도날드에 왔다. 빅맥 세트가 115바트. 한국 돈으로 3500원 정도인데 엄청 비싸게 느껴진다. 길거리에 가면 50~60바트에 맛있는 태국 음식을 얼마든지 사먹을 수 있다.

오늘은 인터넷으로 할 일이 많다. 이제 인도 쪽 숙소랑 열차편도 알아봐야 하고 내일 파타야에 가는 방법도 알아봐야지. 옆으로 매는 가방도 새로 하나 사고 싶다.

어제 여자친구와 통화하며 짜증을 부렸다. 말도 없이 핸드폰을 정지시켜버리는 바람에… 이제 나가서 전화부터 해야겠다.

 

유라시아 여행 일기 Day 18 – 태국 국경 넘기

2008. 5. 9. (금) Day 18

PM 2:40
여행 첫 주는 시간이 잘 안갔는데… 둘째주 부터는 시간이 빨리 가기 시작했다. 어딜 가나 무얼 하나 마찬가지 같다. 호주에 갔을 때도 처음 한 달은 지겹도록 안갔는데 둘째달 부터는 모든게 아쉬울 정도로 시간이 빨리 가기 시작했다. 첫 직장인 네트빌에서 일할 때도 그랬다. 언제 중국을 벗어나나 싶었는데 어느새 방콕에 와있다.

몸이 좀 안좋다. 어제 에어컨 안되는 찜통 같은 기차에 6시간 앉아 있다가 겨우 숙소에 왔는데 놀랍게 방에 에어컨이 없었다. 에어컨이 있는 방으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는데 방이 없어서 결국 일단 거기서 자야만 했다. 10시 반쯤에 잠들어 눈을 떴을 때 아침이구나 하고 좋아했는데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자는 게 너무 힘들었다. 한국의 극심한 열대야 보다도 훨씬 더 심했다. 이곳 사람들은 날씨가 이런데 도대체 어떻게 사나 싶다. 가는 식당들도 모두 에어컨이 없어서 밥보다 콜라를 더 많이 마신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배가 아프다. 게다가 지금 혓바늘이 많이 나서 음식 먹기도 어렵고… 한 2-3일 한국에서 쉬다가 다시 여행을 시작할 순 없나…?

방콕에선 많이 돌아다니지 말고 조용히 쉬어야할 것 같다. 덕분에 말씀도 많이 보고…

오전에 이란 비자 신청을 했다. 1500바트. 이란 대사관을 가려고 전철역에서 내려 엄청 걸었다. 땀이 비오듯.. 조금만 밖에서 걸어도 금방 지쳐버린다. 비자를 신청하고 와서 방을 바꾸고 바로 카오산 로드로 가서 방도 알아보고 인도행 비행기 티켓도 구하려고 했는데 에어컨 방으로 옮기고서 그냥 침대에 누워버렸다. 지금은 빨래감을 들고 와서 세탁기를 돌리고 Bar에 앉아서 일기를 쓰고 있다. 빨래만 다 되면 바로 빨래 널고 카오산 로드로 가야지.. 이곳 숙소가 좀 맘에 안든다. 숙소 예약할 땐 좀 신중하게 해야지.

 

유라시아 여행 일기 Day 17 – 태국 국경 넘기

2008. 5. 8. (목) Day 17

PM 1:20
태국으로 넘어왔다. 1시 55분에 출발하는 방콕행 기차를 타기 위해 Aranyaprathet 기차역에서 기다리는 중..

캄보디아에서 예상 외의 비용이 생겨서 $100 이상을 지출하고 말았다. 오늘 아침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을 먹고 8시에 바로 택시를 타고 캄보디아-태국 국경 마을은 Poipet으로 출발했다. 캄보디아의 도로 사정은 정말 좋지 않았다. 주요 국도인데도 비포장이 대부분이고 많은 곳이 공사중이었다. 이마도 4-5년 후엔 그래도 대부분 포장되지 않을까.. 지금 열심히 공사중이니깐..

국경에 와서 캄보디아 출국, 태국 입국 심사를 받고 태국으로 들어왔다. 중국-베트남, 베트남-캄보디아 국경과는 달리 서양인이나 동양인이 거의 없고 대부분 현지 사람들이다. 여기 기차역도 마찬가지..

날씨는 여전히 후덥지근하다. 그래도 내일 이란 대사관에 갈 수 있어 다행이다.

오늘 어버이날인데 그래서 어제 인터넷으로 꽃배달이라도 주문하려 했는데 인터넷이 너무 느려서 결국은 포기했다. 대신 정성 들여서 Email 한 통으로 대신하기.

기차로 방콕까지 6시간 걸린다. 버스를 타면 훨씬 빨리 가지만 태국의 기차 여행을 경험하기 위해 기차를 선택했다..

PM 6:50
기차가 한 시간 늦게 왔다. 1시간이나 지연되는데도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태국의 시골 간이역에서 2시간 넘게 기다려 방콕행 기차를 탈 수 있었다. 살짝 기대했지만 기차는 에어컨이 전혀 없었다. 모든 창문이 열린 채 도착한 기차에 올랐다. 솔직히 좀 힘들지만 이것도 나에겐 여행이 주는 또다른 즐거움인 것 같다.

기차는 모든 역에 다 서는 완벽한 완행 열차다. 음… 아까 기차라 출발하고 1시간 정도 달렸을 때 기차가 급정거했다. 창 밖을 보니 소들이 놀라서 도망가고 있었다. 뭔가 사고가 났단 직감이 들었다. 고개를 창 밖으로 내밀어 보니 역시 소 한 마리가 뒷다리가 완전히 부러진 채 누워있었다. 기차에 치였다. 숨이 붙어 있어서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못일어 나는 모습이 많이 불쌍해 보였다. 반대쪽 창문을 보니 또 한 마리가 있는데 즉사했는지 네 다리를 쭉 뻗고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기차 승무원이 소 사진을 열심히 찍고 나자 기차가 출발했다. 참 신기한 경험이다.

2시간만 더 가면 방콕이다. 샤워하고 싶고, 피곤하고, 입병이 다시 나서 몸이 좀 힘들다. 여행 시작 후 가장 많이 피곤을 느끼는 것 같다.

아침에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어나서 창밖을 찍은

Siem Reap에서 태국과의 국경인 포이펫을 향해 가는길.. 이런 트럭들이 정말 많다. 매연을 엄청 내뿜으며 달린다..

캄보디아의 1번 국도 (National Route #1)인데도 이렇게 비포장이 많다.

캄보디아-태국 국경. 태국쪽으로 넘어온 후 캄보디아쪽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

국경을 넘어서 툭툭을 타고 10분쯤 오면 방콕으로 가는 기차를 탈 수 있는 기차역이 있다. Aranyaprathet (아란야프라텟)

방콕행 기차를 기다리는 몇시간동안... 역 앞에 있는 가게에서 점심을 사먹었다. Fried noodle.

이 기차역은 정말 조그만 시골 기차역이지만.. 동남아를 육로로 여행하는 overland travellers에게는 유명한 역이다. 왜냐..? 캄보디아와의 국경에 위치해있기땜에.. 실제로 방콕에서 도착한 열차에서는 꽤 많은 서양인들이 내렸다.

드뎌 방콕행 기차가 도착.. 40도를 넘는 푹푹 찌는 날씨에 에어콘이 있을까 살짝 기대는 했지만.. 이렇게 모든 창문이 활짝 열린 채 기차가 도착했음.

기차가 역이 아닌곳에도 선다.

기차 내부. 승객은 많지 않다.

사람들이 창밖을 내다 보고 있다. 뭘 보고 있을까......

바로.. 기차에 치인 소를 보고 있었음.. 내가 앉아있던 좌석에서 창밖을 찍은 사진이다. 뒷다리가 완전히 부러진 소..

음.. 불쌍하다..

기차는 완벽한 완행열차라 거의 10~15분에 한번씩 역에 정차한다. 전형적인 태국 시골 기차역.

6시간정도를 달려서 겨우 방콕역에 도착했다.

방콕역 대합실 풍경. 2004년에도 한번 와본곳이라 눈에 익숙하다.

유라시아 여행 일기 Day 16 – Seap Reap

2008. 5. 7. (수) Day 16

AM 7:10
그러고 보니 내일이 어버이날이다. 작년엔 집에 있어서 괜찮았는데 이번엔 어찌해야 할지. 빨리 Siem Reap에 도착해서 인터넷으로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아침에 역시 일찍 일어났다. 여행을 하면서 피곤해서 일찍 잠들고 그래서 도 일찍 아침 6시쯤 일어나고 그래서 또 밤에 일찍 자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여행을 하면서 미리 사온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잘 하고 있는데 정작 성경은 잘 안 읽고 있다. 집중이 안되어서 잘 안읽힌다. 난 여행하면서 말씀 묵상 정말 많이 할 줄 알았는데…

아침에 체크아웃하고 나와서 근처 식당에서 $3짜리 아침 식사를 했다. 토스트, 주스, 커피, 과일. 비싸다. 커피엔 웬 기름기가 둥둥 떠있어서 마시지도 못했다. 그리고 바로 여행사 앞에 있는 Siem Reap행 버스에 탔다. 짐을 맡기고 자리 안내를 받고.. 마치 비행기 탑승 시스템 같다.

AM 10:55
버스가 한 시골 마을에 멈췄다. 이곳에서 30분 휴식이다. 갈만한 곳이 있나 기웃거리다가 다일 공동체 봉고차를 봤다. 당연히 한국 중고차를 들여와서 스티커를 안떼고 다니겠지 했는데 내리는 분들을 보니 한국 분들이었다. 너무 반가워서 인사했다. 중국에서, 베트남에서, 캄보디아에서 육로 여행을 하면서 거의 교회를 못봤는데 캄보디아에서는 카톨릭 교회도 봤고 Mercy of Jesus Ministry라는 곳도 봤다.

PM 7:50
Siem Reap에서 1박만 하기로 결정했다. 최대한 시간을 절약해서 방콕으로 가야지 금요일날 이란 비자를 신청하고 주말엔 인도행 비행기표를 알아볼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서 주인인 Rachel의 도움(조언)으로 당일 오후만 앙코르 사원 투어를 하기로 했다. 날 픽업했던 툭툭 기사와 함께 갔다. 사원 입장료가 $20. 예상 이상이다. 하지만 사원 자체는 멋있었다. 이런 규모의 석재 사원을 당시 기술로 어떻게 지을 수 있었을까… 규모가 정말 놀라웠다. 하나 하나 새겨진 문양이나 조각상들은 정말 귀신의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불상이 있고 향이 피어진 곳을 갈 때마다 머리가 아찔했다. 날씨가 더운 건지 영적인 세력이 있는건지… 앙코르 사원을 둘러보며 감탄이 나오기도 했지만 계속 기도하며 둘러봐다.

신앙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당시 사람들이 잘못된 신앙의 결과가 이렇게 큰 사원이다. 앙코르와트를 둘러보고 호스텔로 돌아가는데 툭툭 기사가 자꾸 Do you want lady? 라고 물어본다. 좀 짜증이 났다. 그래도 최대한 웃는 얼굴로… 잘 거절하기. 참. 오는 길에 내가 툭툭을 몰아봐도 되냐고 했더니 의외로 흔쾌히 승낙을 받아서 한 5분 정도 툭툭을 운전해봤다. 그래봤자 오토바이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샤워하고 나와서 걷다가 작은 레스토랑에서 캄보디아 음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Cambodian Sour Beef with Rice. 맛있다. 이제 인터넷으로 방콕 정보 습득하고 쉬어야지..

프놈펜에서 시엠립까지 가는 버스.

중간에 잠시 쉬었던 한 시골 마을에서 만난 다일공동체 분들. 장을 보러 오신듯 했다. 그분들이 타고 오셨던 봉고차..^^

버스 안에서는 TV 모니터로 원더걸스 뮤직비디오가 나왔다..ㅎㅎ

호스텔에 체크인한 후... 당일치기로 앙코르와트를 보려고 툭툭을 타고 앙코르와트로 들어가고 있음.

앙코르와트는 문화 유적지이지만 한편으로는 곳곳에 세워진 불상에서 여전히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같은 사진인가...?

전통 복장을 입고 관광객들 사진을 같이 찍어주는..

앙코르와트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조각들.

앙코르와트 뒷뜰..?

정문 입구입니다..

곳곳에 숨어있는 불상..

휴.. 이런 조각을 보고 있으면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저녁에 숙소로 돌아오는 길.. 툭툭 기사에게 특별히 부탁해서 툭툭을 운전해봤다..ㅎㅎ

그날의 저녁 식사..

유라시아 여행 일기 Day 15 – 캄보디아로..

2008. 5. 6. (화) Day 15

AM 7:00
여행을 시작한지 정확히 2주가 되었다. 최소한 한 달 이상은 지나간 느낌이다.

어제는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하고 샤워를 했다. 기차 안에서 2박을 하며 씻지도 못했었는데.. 사이공 시내의 시청과 Reunification Palace (번역 하자면 통일의 궁전..?) 그리고 시장들을 가기 위해 오토바이를 빌리기로 했다. 베트남 거리엔 차 보다 오토바이가 훨씬 더 많고 여자들도 많이 타고 다니니까 위험하진 않겠지 하는 마음에.. 대학 시절 신문 배달도 해보고.. 오토바이 타고 학교 다니던 때의 실력을 한번 발휘해보고 싶었다.

하루 대여료 $5를 계산하고 여권을 맡기고 오토바이를 빌렸다. 보통 신문 돌릴 때 쓰는 씨티100과 비슷한 기종이다. 자신 있게 거리로 나왔지만 베트남 시내의 엄청난 오토바이 물결에 적응하기까진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베트남 거리의 오토바이 물결에는 나름대로의 리듬과 흐름.. 법칙이 있다. 엄청 무질서해 보이지만 오토바이 트래픽의 물결만 잘 타면 그리 위험하진 않다.

지도 한장 들고 호치민 동상이 있는 시청과 사이공 강가에도 가보고 중간에 점심을 먹었다. 1시에는 Reunification Palace에 갔다. 난 이름만 듣고 분단되었던 베트남이 통일된 것에 대한 자료나 볼거리가 많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원래 남베트남의 대통령 궁전을 그대로 보존한 건물이었다. 베트남전 당시 남베트남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사용하던 물건들이 전시되고 있었고 지하엔 전투 지휘실이 있었다. 야외 뜰에는 유명한 “전쟁을 끝낸 탱크”와 동일 모델의 탱크가 전시되어 있었다. 호치민의 공산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의 대통령궁을 이 탱크로 진입하면서 베트남전이 끝나고 남북 통일을 이루었다. 베트남이 비록 공산화로 통일되긴 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통일을 이루어낸 건 참 부럽다. 우리도 베트남과 참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는데 우린 무엇이 다르기에 여전히 남과 북이 그대로 갈라져 있을까..

통일 궁전을 나와서 Cholon에 있다는 미군용품 시장에 가려고 약 6km를 오토바이를 타고 갔다. 미군용품 시장이니까 혹시 여행중 필요하거나 쓸만한 물건이 있을까 해서 갔는데 결국 시장 자체를 찾지 못했다.

다시 돌아와서 샤워하고 근처 커피숍에서 주스를 마시며 인터넷을 했다. 여자친구와 화상 대화도 하고 캄보디아쪽 호스텔 예약과 정보 수집.. 밤에는 야시장에 가서 저녁을 먹고 일찍 잠들었다. 이제.. 오늘 아침 8시 버스로 캄보디아로 간다. 시간이 없어서 빨리 가야지..!

PM 1:25
캄보디아 국경을 넘어서 버스가 어느 페리 터미널에 서있다. 다리 대신 Ferry를 타고 강을 건너는 것 같다. 버스가 서있는 동안 캄보디아의 어린 소년 소녀들이 음식을 팔러 왔다. 그 중에는 구걸을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버스 맨 앞자리의 나와 눈이 마주친 한 여자 아이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이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최소한 끼니 걱정 안하고 공부할 수는 없나… 그럴 수 있다면 직접 도와주고 싶다. 그 아이에게 $1짜리 지폐를 쥐어주었다. 버스 가이드를 통해서 이름이라도 물어볼걸..

PM 9:00
프놈펜의 한 게스트하우스. 지금까지 여행 중 최악이다. 온수 안나오고 방 분위기가 무슨 창고 같다. 그리고 1층 리셉션은 Bar라서 내려가기가 싫다. 버스가 프놈펜 시내에 들어설 무렵부터 비가 무지막지하게 쏟아 내린다. 버스 안에서 신발을 샌들로 갈아 신고 우비를 꺼내고 배낭에 방수 커버를 씌웠다. 빗속에서 내려 짐들을 툭툭에 싣고 왔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거리로 나와서 내일 Siem Reap으로 갈 Boat를 예약하고 싶었는데 툭툭 기사가 강에 물이 부족해서 3개월 전에 Boat는 운행 중지되었다고 나를 버스 예약 사무실에 데려다 주었다. 웬지 속은 느낌.. 버스비는 $11로 비싼건 아니지만 자꾸 맥주 마시러 가자는게 낌새가 이상하다. 피곤하다고 최대한 미소 지으며 잘 둘러대고 거리 산책에 나섰다.

프놈펜의 질퍽한 시장 골목을 산책하다가 인터넷 카페가 있는걸 보고 들어가서 여자친구와 음성 통화를 했다. 인터넷만 되면 거의 전화가 필요 없다. 괜히 비싼 돈 들여서 전화 카드를 샀나 싶다. 오늘도 일찍 자야지… Siem Reap 가는 버스가 아침 7:30에 출발한다.

사이공에서 프놈펜으로 가는 버스가 막 사이공을 출발했을 때..

베트남-캄보디아 국경 통과.. 버스에서 모두가 내려서 출입국 심사 받고.. 다시 같은 버스에 탑승~

내가 탔던 버스가 캄보디아 세관에서 수하물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캄보디아로 들어오자 점심시간이 되었다. 버스가 한 야외 레스토랑에서 멈췄다. 이곳에서 밥과 야채, 그리고 쇠고기 바베큐를 사먹었다.

버스가 국경을 출발해 프놈펜으로 가는 도중... 강을 건너기 위해 한 페리 터미널에 서서 기다리는데 캄보디아 아이들이 먹을것을 팔려고 버스쪽으로 몰려들었는데..

내가 산 것은 아니지만.. 옆에 있던 베트남 아주머니가 자기가 산 걸 나한테 2개 주셨다. 찹쌀을 바나나잎에 싸서 찐것 같았는데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맛있었다.

이제 구걸하는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았던 나는 너무 민망했다. 사진에 5명의 아이들 중 뒷줄 왼쪽의 약간 긴머리 여자 아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도와주지 않을 수 없는.. 그 눈빛은 평생 못잊을 것 같다. 한국에 돌아가면 아이들을 1:1로 지원해줄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찾아봐야겠다.

프놈펜에 도착할쯤.. 억수같은 소나기가 쏟아졌다. 숙소에 체크인하고 잠깐 비가 그친 사이 시내 구경을 나왔는데 또다시 장대비가.. 비를 피하려고 갔던 인터넷카페 문에서 찍은 사진..^^

프놈펜에서의 저녁밥. 캄보디아식으로 찐 신(sour) 쇠고기라고 했는데 한국의 갈비찜이랑 거의 비슷한 맛. 약 6천원..

유라시아 여행 일기 Day 10 – 하노이에 도착^^

2008. 5. 1. (목) Day 10

PM 6:50
하노이 기차역 앞 롯데리아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숨가빴던 지난 24시간을 정리해야지..

어제 오후 양슈오 시내에서 우연히 링보를 만났다. 링보는 그저께 싱핑으로 가는 중에 버스 안에서 만난 중국인이다. 버스 안에서만 인사를 하고 통성명 정도만 했는데 우연히 거리에서 만나서 인사하고 같이 저녁을 먹었다. 링보는 중국인이라 중국 현지인들이 가는 음식점에서 맛있는 음식들을 시켜 주었다. (Scrambled Egg with Tomato, 장어 구이, 가지 튀김) 맛있었다. 저녁을 먹으며 짧은 중국어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혹시나 해서 church 이야기를 해봤었는데 그 단어 자체를 알지 못했다. 링보가 영어를 거의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교회와 복음적인 얘기는 접어야 했지만 주소를 알아왔으니까 귀국하면 편지 한장과 함께 사영리 같은 전도지랑 중국어 성경을 구해서 보내주려고 한다.

링보와 저녁을 먹고 West street를 걷고 있는데 하노이행 Sleeper bus를 예약했던 사무실의 아저씨가 나를 급하게 찾고 있었다. 거리에서 우연히 그를 만났다. 하노이행 버스가 밤 10시 (2 시간 일찍) 계림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시계를 보니 밤 8시 30분.. 양슈오에서 계림까지 버스로 1시간. 시간이 있긴 했지만 타이트하다. 바로 짐을 갖고 Bus station으로 가서 링보와 여행사 아저씨와 작별 인사를 하고 계림으로 출발했다.

계림 시내엔 밤 9:45분쯤에 도착했다. 계림 기차역에서 날 기다리던 또다른 아저씨와 같이 버스를 기다렸다. 결국 출발 예정 시간보다 1시간 가까이 지난 밤 10시 50분쯤 버스가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난 분명히 침대 버스를 예약했는데 도착한 버스는 침대는 하나도 없고 일반 좌석식의 버스였다. 게다가 버스는 이미 만원에다가 자리가 모자라 사람들이 버스 복도에 플라스틱 의자를 깔고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잠시 놀랐지만 일단 침착하고.. 버스에 들어섰다. 놀랍게도 사람들이 문 앞 창가 좌석 하나를 비워두고 있었고 내가 들어가자 항구어렌(한국인) 하면서 나보고 여기 앉으라고 한다. 딴 사람들은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있는데…

어찌 보면 내가 여행사에 속거나 아니면 12시 침대 버스가 취소되어 일반 좌석 버스를 타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손해를 본게 분명하지만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따로 자리를 마련해 놓고 앉으라고 해서 정말 고마웠다.

그래도 설마 했는데 그 버스는 결국 밤새 달려 난닝(Nanning)까지 갔다.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 버스 좌석에 앉아서 졸아야 했지만 불편한 마음이나 기분 나쁜 마음은 들지 않았다.

난닝에 버스가 도착하자 모든 승객이 내리는데 기사 아저씨가 나는 그냥 차에 있으라고 한다. 이 버스를 타고 계속 해서 베트남 국경 마을은 핑샹(Ping Xiang)까지 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기사 아저씨는 나를 이해시키려고 애쓰는 듯 했다. 일단 버스 뒤쪽에 이불을 깔아주고 눈을 붙이라고 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이상한걸까? 난 그 아저씨와 버스 안내와 요금을 걷는 다른 중국인 청년들과 함께 버스 안에서 눈을 붙였다. 버스는 난닝 버스 터미널 안에 서 있는 상태라 이상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한 2시간 정도 잤을까.. 버스에 물을 뿌리며 세차 하는 소리에 잠을 깼다. 혹시나 해서 끌어 안고 있던 가방을 보니 다 그대로 있었다. 버스 안내를 하는 중국인 청년이 같이 아침을 먹으러 가자는 것 같다. 기꺼이 그러자고 했다. 같이 5분 정도를 걸어서 보통 중국인 서민들이 아침을 먹는 곳으로 가서 국수를 먹었다. 같이 아침을 먹으며 너무 즐거웠다. 서로 한문 필담을 통해 이름도 이야기하고 별의 별 이야기를 다 했다. 그 청년들이 국수를 사주었다. 비록 4원밖에 안하지만.. 평소 같으면 지저분해서 안먹을 그런 중국 식당의 음식을 내 또래의 중국 청년들과 웃으며 이야기하며 같이 먹었다. 그리고 난닝에서 Ping Xiang으로 가는 60원짜리 버스표를 받았다. 그들로서는 내 불편을 최대한 덜어주려고 정말 최선을 다했다. 정말 고맙고 감사했다. 내가 여행을 통해 재밌게 놀거나 휴양지만 찾아 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불편하더라도 겸손한 마음으로 다니며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한 것이 응답 받는 것 같다.

아침 8시 30분 Ping Xiang행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내 옆에 있어준 이 청년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올랐다. 이 2명의 청년과 어제 만난 링보는 모두 QQ 번호를 받아뒀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QQ를 거의 네이트온처럼 쓰는 것 같다.

Ping Xiang행 버스가 난닝을 떠났다. 약 4시간 후 국경 마을은 Ping Xiang 버스 터미널에 왔다. 여기서 다시 미니 버스를 타고 베트남-중국 국경인 우의관(YouYiGuan)으로 갔다. 이 미니 버스에서도 내 옆의 어린 중국인 소녀와 이야기했다. 난 지금까지 겪었던 중국인들의 친절과 헌신적인 마음에 감사했다고 했다. 이 친구도 QQ 번호를 알려줬다. 기회가 되면 나도 QQ를 해야겠다. (영문판이 있다면..)

우의관에서 약 300미터를 걸어서 베트남 국경으로 갔다. 여권 체크와 세관을 통과해서 베트남 영토로 넘어갔다. 육상으로 국경을 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터넷에는 중국 열차 사고, 올림픽 성화가 서울에 왔을 때 있었던 불미스런 사고로 떠들썩하고 반중 감정이 극에 달한 것 같은데 너무 안타깝다.

베트남 국경에서 한 미국인 커플을 만났다. (커플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촌 오누이임.) 중국 항저우에서 일하는 Ken과 Ken을 만나러 온 남동생 Peter 이 두 명과 하노이까지 동행했다. 국경에서 하노이행 버스가 있는 마을까지 같이 택시를 share하고 미니 버스도 같이 타고 3시간 정도 이야기하며 같이 왔다. 우와… 어제 오늘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구나.. 이 미국인의 도움으로 하노이에서도 숙소를 쉽게 잡았다.

– 일기 쓰던 중 졸려서 잠들어 버림 –

난닝 버스 터미널 모습. 이곳의 화장실은 그 유명한 문 없는 화장실..!! ㅋㅋ

버스에서 일하는 중국인. 아침밥까지 사주고 핑샹행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옆에서 도와준 고마운 친구..

핑샹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이 버스는 한국의 대우버스였습니다.. 꼭 한국에서 고속버스를 탄 듯한 느낌이..^^

핑샹에서 국경인 우의관까지 가는 미니 버스에서 만난 중국인 소녀와 함께. 피곤에 찌든 내 얼굴..ㅎㅎ 사진 보내주기로 했는데..

우의관에서.. 저 문을 넘어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베트남입니다.

우의관을 지나.. 길 오른편으로 보이는 건물이 세관. 저기서 입국 심사를 받고 빠져나오면 베트남 택시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드뎌 하노이에 도착해서.. 저녁으로 맛있는 베트남 쌀국수..!! 한국보다 조금은 초라하지만 그래도 맛은 괜찮았음..

하노이역 앞 롯데리아에서 아이스 커피를 마시며 숨가빴던 지난 24시간을 일기장에다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