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서랍장을 새로 샀다. 결혼한 후 처음으로 가구다운 가구를 집에 들여놨다. 결혼할 때 장만한 가구래봤자 침대하고 책상, 작은 화장대가 전부. 옷들은 전부 간이 행거에 걸어놓고, 서랍장도 자취방에서 주로 쓰는 플라스틱 서랍장과 정리함을 써왔다.
지난주에 인터넷에서 나무로 된 서랍장을 사서 어제 옷 정리를 한번 하면서 나그네 인생이 점점 무거워진다고 느껴진다. 10년 전만 해도 어디든 당장 떠날 수 있었던 가뿐한 삶에서 하나 둘 타이틀이 붙어가고 책임도 늘어가고 이제는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점점 좁혀져 오는것 같다. 이 시기에 인생의 방향을 확 결정하지 않으면 이제는 그저 그렇고 그런 – 아파트 평수 늘리는 것이 목표인 인생이 될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긴다. 배우기는 슈바이처 박사와 같은 삶을 살아야된다고 배웠는데 정작 사람들이 나한테 원하는 삶은 그게 아니라 아파트 평수 늘리는 삶인 것 같다. 하나뿐인 인생 그렇게 살기는 정말 싫은데.. 움직여야 할 이유보다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가 훨씬 더 많은 오늘 하루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