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여행 일기 Day 10 – 하노이에 도착^^

2008. 5. 1. (목) Day 10

PM 6:50
하노이 기차역 앞 롯데리아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숨가빴던 지난 24시간을 정리해야지..

어제 오후 양슈오 시내에서 우연히 링보를 만났다. 링보는 그저께 싱핑으로 가는 중에 버스 안에서 만난 중국인이다. 버스 안에서만 인사를 하고 통성명 정도만 했는데 우연히 거리에서 만나서 인사하고 같이 저녁을 먹었다. 링보는 중국인이라 중국 현지인들이 가는 음식점에서 맛있는 음식들을 시켜 주었다. (Scrambled Egg with Tomato, 장어 구이, 가지 튀김) 맛있었다. 저녁을 먹으며 짧은 중국어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혹시나 해서 church 이야기를 해봤었는데 그 단어 자체를 알지 못했다. 링보가 영어를 거의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교회와 복음적인 얘기는 접어야 했지만 주소를 알아왔으니까 귀국하면 편지 한장과 함께 사영리 같은 전도지랑 중국어 성경을 구해서 보내주려고 한다.

링보와 저녁을 먹고 West street를 걷고 있는데 하노이행 Sleeper bus를 예약했던 사무실의 아저씨가 나를 급하게 찾고 있었다. 거리에서 우연히 그를 만났다. 하노이행 버스가 밤 10시 (2 시간 일찍) 계림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시계를 보니 밤 8시 30분.. 양슈오에서 계림까지 버스로 1시간. 시간이 있긴 했지만 타이트하다. 바로 짐을 갖고 Bus station으로 가서 링보와 여행사 아저씨와 작별 인사를 하고 계림으로 출발했다.

계림 시내엔 밤 9:45분쯤에 도착했다. 계림 기차역에서 날 기다리던 또다른 아저씨와 같이 버스를 기다렸다. 결국 출발 예정 시간보다 1시간 가까이 지난 밤 10시 50분쯤 버스가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난 분명히 침대 버스를 예약했는데 도착한 버스는 침대는 하나도 없고 일반 좌석식의 버스였다. 게다가 버스는 이미 만원에다가 자리가 모자라 사람들이 버스 복도에 플라스틱 의자를 깔고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잠시 놀랐지만 일단 침착하고.. 버스에 들어섰다. 놀랍게도 사람들이 문 앞 창가 좌석 하나를 비워두고 있었고 내가 들어가자 항구어렌(한국인) 하면서 나보고 여기 앉으라고 한다. 딴 사람들은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있는데…

어찌 보면 내가 여행사에 속거나 아니면 12시 침대 버스가 취소되어 일반 좌석 버스를 타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손해를 본게 분명하지만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따로 자리를 마련해 놓고 앉으라고 해서 정말 고마웠다.

그래도 설마 했는데 그 버스는 결국 밤새 달려 난닝(Nanning)까지 갔다.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 버스 좌석에 앉아서 졸아야 했지만 불편한 마음이나 기분 나쁜 마음은 들지 않았다.

난닝에 버스가 도착하자 모든 승객이 내리는데 기사 아저씨가 나는 그냥 차에 있으라고 한다. 이 버스를 타고 계속 해서 베트남 국경 마을은 핑샹(Ping Xiang)까지 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기사 아저씨는 나를 이해시키려고 애쓰는 듯 했다. 일단 버스 뒤쪽에 이불을 깔아주고 눈을 붙이라고 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이상한걸까? 난 그 아저씨와 버스 안내와 요금을 걷는 다른 중국인 청년들과 함께 버스 안에서 눈을 붙였다. 버스는 난닝 버스 터미널 안에 서 있는 상태라 이상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한 2시간 정도 잤을까.. 버스에 물을 뿌리며 세차 하는 소리에 잠을 깼다. 혹시나 해서 끌어 안고 있던 가방을 보니 다 그대로 있었다. 버스 안내를 하는 중국인 청년이 같이 아침을 먹으러 가자는 것 같다. 기꺼이 그러자고 했다. 같이 5분 정도를 걸어서 보통 중국인 서민들이 아침을 먹는 곳으로 가서 국수를 먹었다. 같이 아침을 먹으며 너무 즐거웠다. 서로 한문 필담을 통해 이름도 이야기하고 별의 별 이야기를 다 했다. 그 청년들이 국수를 사주었다. 비록 4원밖에 안하지만.. 평소 같으면 지저분해서 안먹을 그런 중국 식당의 음식을 내 또래의 중국 청년들과 웃으며 이야기하며 같이 먹었다. 그리고 난닝에서 Ping Xiang으로 가는 60원짜리 버스표를 받았다. 그들로서는 내 불편을 최대한 덜어주려고 정말 최선을 다했다. 정말 고맙고 감사했다. 내가 여행을 통해 재밌게 놀거나 휴양지만 찾아 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불편하더라도 겸손한 마음으로 다니며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한 것이 응답 받는 것 같다.

아침 8시 30분 Ping Xiang행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내 옆에 있어준 이 청년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올랐다. 이 2명의 청년과 어제 만난 링보는 모두 QQ 번호를 받아뒀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QQ를 거의 네이트온처럼 쓰는 것 같다.

Ping Xiang행 버스가 난닝을 떠났다. 약 4시간 후 국경 마을은 Ping Xiang 버스 터미널에 왔다. 여기서 다시 미니 버스를 타고 베트남-중국 국경인 우의관(YouYiGuan)으로 갔다. 이 미니 버스에서도 내 옆의 어린 중국인 소녀와 이야기했다. 난 지금까지 겪었던 중국인들의 친절과 헌신적인 마음에 감사했다고 했다. 이 친구도 QQ 번호를 알려줬다. 기회가 되면 나도 QQ를 해야겠다. (영문판이 있다면..)

우의관에서 약 300미터를 걸어서 베트남 국경으로 갔다. 여권 체크와 세관을 통과해서 베트남 영토로 넘어갔다. 육상으로 국경을 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터넷에는 중국 열차 사고, 올림픽 성화가 서울에 왔을 때 있었던 불미스런 사고로 떠들썩하고 반중 감정이 극에 달한 것 같은데 너무 안타깝다.

베트남 국경에서 한 미국인 커플을 만났다. (커플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촌 오누이임.) 중국 항저우에서 일하는 Ken과 Ken을 만나러 온 남동생 Peter 이 두 명과 하노이까지 동행했다. 국경에서 하노이행 버스가 있는 마을까지 같이 택시를 share하고 미니 버스도 같이 타고 3시간 정도 이야기하며 같이 왔다. 우와… 어제 오늘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구나.. 이 미국인의 도움으로 하노이에서도 숙소를 쉽게 잡았다.

– 일기 쓰던 중 졸려서 잠들어 버림 –

난닝 버스 터미널 모습. 이곳의 화장실은 그 유명한 문 없는 화장실..!! ㅋㅋ

버스에서 일하는 중국인. 아침밥까지 사주고 핑샹행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옆에서 도와준 고마운 친구..

핑샹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이 버스는 한국의 대우버스였습니다.. 꼭 한국에서 고속버스를 탄 듯한 느낌이..^^

핑샹에서 국경인 우의관까지 가는 미니 버스에서 만난 중국인 소녀와 함께. 피곤에 찌든 내 얼굴..ㅎㅎ 사진 보내주기로 했는데..

우의관에서.. 저 문을 넘어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베트남입니다.

우의관을 지나.. 길 오른편으로 보이는 건물이 세관. 저기서 입국 심사를 받고 빠져나오면 베트남 택시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드뎌 하노이에 도착해서.. 저녁으로 맛있는 베트남 쌀국수..!! 한국보다 조금은 초라하지만 그래도 맛은 괜찮았음..

하노이역 앞 롯데리아에서 아이스 커피를 마시며 숨가빴던 지난 24시간을 일기장에다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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