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여행 일기 Day 15 – 캄보디아로..

2008. 5. 6. (화) Day 15

AM 7:00
여행을 시작한지 정확히 2주가 되었다. 최소한 한 달 이상은 지나간 느낌이다.

어제는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하고 샤워를 했다. 기차 안에서 2박을 하며 씻지도 못했었는데.. 사이공 시내의 시청과 Reunification Palace (번역 하자면 통일의 궁전..?) 그리고 시장들을 가기 위해 오토바이를 빌리기로 했다. 베트남 거리엔 차 보다 오토바이가 훨씬 더 많고 여자들도 많이 타고 다니니까 위험하진 않겠지 하는 마음에.. 대학 시절 신문 배달도 해보고.. 오토바이 타고 학교 다니던 때의 실력을 한번 발휘해보고 싶었다.

하루 대여료 $5를 계산하고 여권을 맡기고 오토바이를 빌렸다. 보통 신문 돌릴 때 쓰는 씨티100과 비슷한 기종이다. 자신 있게 거리로 나왔지만 베트남 시내의 엄청난 오토바이 물결에 적응하기까진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베트남 거리의 오토바이 물결에는 나름대로의 리듬과 흐름.. 법칙이 있다. 엄청 무질서해 보이지만 오토바이 트래픽의 물결만 잘 타면 그리 위험하진 않다.

지도 한장 들고 호치민 동상이 있는 시청과 사이공 강가에도 가보고 중간에 점심을 먹었다. 1시에는 Reunification Palace에 갔다. 난 이름만 듣고 분단되었던 베트남이 통일된 것에 대한 자료나 볼거리가 많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원래 남베트남의 대통령 궁전을 그대로 보존한 건물이었다. 베트남전 당시 남베트남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사용하던 물건들이 전시되고 있었고 지하엔 전투 지휘실이 있었다. 야외 뜰에는 유명한 “전쟁을 끝낸 탱크”와 동일 모델의 탱크가 전시되어 있었다. 호치민의 공산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의 대통령궁을 이 탱크로 진입하면서 베트남전이 끝나고 남북 통일을 이루었다. 베트남이 비록 공산화로 통일되긴 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통일을 이루어낸 건 참 부럽다. 우리도 베트남과 참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는데 우린 무엇이 다르기에 여전히 남과 북이 그대로 갈라져 있을까..

통일 궁전을 나와서 Cholon에 있다는 미군용품 시장에 가려고 약 6km를 오토바이를 타고 갔다. 미군용품 시장이니까 혹시 여행중 필요하거나 쓸만한 물건이 있을까 해서 갔는데 결국 시장 자체를 찾지 못했다.

다시 돌아와서 샤워하고 근처 커피숍에서 주스를 마시며 인터넷을 했다. 여자친구와 화상 대화도 하고 캄보디아쪽 호스텔 예약과 정보 수집.. 밤에는 야시장에 가서 저녁을 먹고 일찍 잠들었다. 이제.. 오늘 아침 8시 버스로 캄보디아로 간다. 시간이 없어서 빨리 가야지..!

PM 1:25
캄보디아 국경을 넘어서 버스가 어느 페리 터미널에 서있다. 다리 대신 Ferry를 타고 강을 건너는 것 같다. 버스가 서있는 동안 캄보디아의 어린 소년 소녀들이 음식을 팔러 왔다. 그 중에는 구걸을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버스 맨 앞자리의 나와 눈이 마주친 한 여자 아이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이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최소한 끼니 걱정 안하고 공부할 수는 없나… 그럴 수 있다면 직접 도와주고 싶다. 그 아이에게 $1짜리 지폐를 쥐어주었다. 버스 가이드를 통해서 이름이라도 물어볼걸..

PM 9:00
프놈펜의 한 게스트하우스. 지금까지 여행 중 최악이다. 온수 안나오고 방 분위기가 무슨 창고 같다. 그리고 1층 리셉션은 Bar라서 내려가기가 싫다. 버스가 프놈펜 시내에 들어설 무렵부터 비가 무지막지하게 쏟아 내린다. 버스 안에서 신발을 샌들로 갈아 신고 우비를 꺼내고 배낭에 방수 커버를 씌웠다. 빗속에서 내려 짐들을 툭툭에 싣고 왔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거리로 나와서 내일 Siem Reap으로 갈 Boat를 예약하고 싶었는데 툭툭 기사가 강에 물이 부족해서 3개월 전에 Boat는 운행 중지되었다고 나를 버스 예약 사무실에 데려다 주었다. 웬지 속은 느낌.. 버스비는 $11로 비싼건 아니지만 자꾸 맥주 마시러 가자는게 낌새가 이상하다. 피곤하다고 최대한 미소 지으며 잘 둘러대고 거리 산책에 나섰다.

프놈펜의 질퍽한 시장 골목을 산책하다가 인터넷 카페가 있는걸 보고 들어가서 여자친구와 음성 통화를 했다. 인터넷만 되면 거의 전화가 필요 없다. 괜히 비싼 돈 들여서 전화 카드를 샀나 싶다. 오늘도 일찍 자야지… Siem Reap 가는 버스가 아침 7:30에 출발한다.

사이공에서 프놈펜으로 가는 버스가 막 사이공을 출발했을 때..

베트남-캄보디아 국경 통과.. 버스에서 모두가 내려서 출입국 심사 받고.. 다시 같은 버스에 탑승~

내가 탔던 버스가 캄보디아 세관에서 수하물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캄보디아로 들어오자 점심시간이 되었다. 버스가 한 야외 레스토랑에서 멈췄다. 이곳에서 밥과 야채, 그리고 쇠고기 바베큐를 사먹었다.

버스가 국경을 출발해 프놈펜으로 가는 도중... 강을 건너기 위해 한 페리 터미널에 서서 기다리는데 캄보디아 아이들이 먹을것을 팔려고 버스쪽으로 몰려들었는데..

내가 산 것은 아니지만.. 옆에 있던 베트남 아주머니가 자기가 산 걸 나한테 2개 주셨다. 찹쌀을 바나나잎에 싸서 찐것 같았는데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맛있었다.

이제 구걸하는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았던 나는 너무 민망했다. 사진에 5명의 아이들 중 뒷줄 왼쪽의 약간 긴머리 여자 아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도와주지 않을 수 없는.. 그 눈빛은 평생 못잊을 것 같다. 한국에 돌아가면 아이들을 1:1로 지원해줄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찾아봐야겠다.

프놈펜에 도착할쯤.. 억수같은 소나기가 쏟아졌다. 숙소에 체크인하고 잠깐 비가 그친 사이 시내 구경을 나왔는데 또다시 장대비가.. 비를 피하려고 갔던 인터넷카페 문에서 찍은 사진..^^

프놈펜에서의 저녁밥. 캄보디아식으로 찐 신(sour) 쇠고기라고 했는데 한국의 갈비찜이랑 거의 비슷한 맛. 약 6천원..

유라시아 여행 일기 Day 13 – 서른 네 시간 기차여행

2008. 5. 4 (일) Day 13

하노이에서 사이공으로 가는 34시간의 기차 여행 도중 두 번째 주일을 맞았다. 지난주 주일은 상해의 중국인 삼자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열차 안에 있어야 한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베트남 기차의 침대칸도 중국 기차와 같은 구성이다. Soft Sleeper는 한 칸에 4명이 함께 여행한다. 내가 탄 칸에는 중년의 중국인 아저씨와 23살의 베트남 여자와 비슷한 나이의 베트남 남자 그리고 나 이렇게 여행중이다. 이 사람들과 되게 즐겁게 가고 있다. 한국 사람끼리 모였다면 그냥 무뚝뚝하게 말 한마디 안하고 시간을 보냈을 수도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많이 friendly하다. 기차 창문을 열고 밖을 쳐다 보고 있으면 건널목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다들 웃으며 손을 흔든다. 나도 흔든다.

같은 칸에 탄 베트남 여자는 중국말도 영어도 잘한다. 그래서 중국인 아저씨와 내가 얘기하는 걸 영어로 통역도 해 주고 있다. 이름을 한번 물어봐야겠다..

새벽 5시 30분쯤 일어났다. 양치질과 세수를 하고 침대에 누워서 윌리엄 캐리에 대한 책을 읽었다. 단순히 구두 수선공이 인도에 갔다 정도의 이야기만 알고 있었지만 역시 현대 선교의 아버지 캐리가 인도에 가서 힘쓴 것은 성경 번역과 교육이었다. 그 역시 사람을 세우는데 힘썼다. 호치민도 그랬다.

단지 여행 중 인도에 가기 때문에 윌리엄 캐리의 책을 읽기로 했지만 앞으로 내가 살아야 할 귀한 모델이 되는 것 같다. 인도 캘커타에 도착하면 윌리엄 캐리와 테레사 수녀의 흔적들을 많이 찾아봐야겠다.

PM 12:10
점심을 먹었다. 기차 안에서.. 같은 칸 4명이서 웃으며 이야기하며… 혼자서 여행해도 이렇게 금방 친구들이 생긴다. 점심 식사를 중국인 아저씨가 사주었다. 오늘 밤도 기차 안에서 자고 사이공에는 내일 아침 도착한다. 윌리엄 캐리 책도 다 읽었으니 이제부턴 사사기를 다시 읽어야지.

참 좀 전에 기차가 바닷가 옆으로 난 고개를 넘었다. 기차 창문을 열고 사진을 많이 찍었다. 날씨도 좋고 풍경도 너무 아름답다.

PM 5:20
지루하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오랫동안 기차를 탄다. 34시간의 여행. 지도를 보면 거리상으론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은데 베트남의 기차길이 옛날에 지어져서 그런지 커브도 많고 그래서 느리다. 빨리 달려봤자 시속 80km 정도가 안되는 것 같다.

밥을 먹고… 영어를 할 줄 알았던 베트남 친구가 내렸다. 이젠 좀 조용히 가야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으면 다들 쳐다본다..

하노이와 사이공을 왕복하는 기차

기차가 바닷가 절벽의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갑니다. 기차 뒤에서는 또다른 기관차가 밀어주고 있음.

같은 침대칸에 탔던 친구들.. 왼쪽은 나보다 4살정도 어린 베트남 친구, 그리고 중간은 북경에서 온 중국인 아저씨. 이 아저씨가 밥도 사주셨음..ㅋ

해질녘에 바라본 기차 밖 풍경..

저녁으로 먹은 밥입니다.

 

 

유라시아 여행 일기 Day 12 – 호치민을 알게 된 날

2008. 5. 3 (토) Day 12

PM 2:00
어제 에어컨을 틀어놓고 잤다가 감기에 걸렸다. 날씨는 더워서 땀은 막 나고 정신 없이 재채기까지 너무 힘들었다. 누워서 쉬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다. 오늘 저녁 기차로 사이공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이미 방을 뺀 뒤다. 아침하고 오전엔 그래도 괜찮았는데..

오전에는 호치민의 시신이 보존되어 있는 곳에 갔다 왔다. 엄청난 사람들에 놀랐다. 베트남 사람들은 호치민을 거의 영웅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베트남도 우리나라 처럼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상당한 탄압을 받았던 것 같다. 어제 박물관들을 돌아다녔는데 독립 투쟁을 한 사람들을 가두었던 감옥과, 사형, 고문용 도구들. 우리나라 서대문 형무소 같은 곳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독립을 주도한 호치민. 호치민은 독립의 수단으로 공산주의 혁명을 사용한 것 같다. 게다가 미국의 침공에도 극적인 승리를 이루었으니 베트남 사람에겐 정말 영웅일 수밖에 없을 듯 하다.

우리나라는 베트남과 같은 스스로의 독립 쟁취가 없었던게 아쉽다. 미군이 일본에 핵폭탄을 투하하기 전에 해외의 광복군이 한반도에 진군해 독립 전쟁을 일으키려고 준비중이었다고 들었는데.. 만약 전쟁을 통해 독립을 쟁취하고 통일된 민주 정부를 세웠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최소한 지금처럼 남북으로 갈라지진 않았겠지..?

기차는 오늘 저녁 7시에 출발한다. 그런데 체크 아웃 시간은 12시라서 미리 짐을 다 싸서 내놓고 호텔 2층에 있는 책상에 앉아있다. 감기 때문에 미칠 것 같다. 날씨는 덥고 찜통이라 땀을 비오듯 흘리는데 콧물에 재채기가 정말 날 힘들게 한다. 여행 후 처음으로 아프다. 찝찝하고.. 어서 에어컨 기차 침대칸에서 쉬고 싶다. 이 나라에 찜질방이 있었다면 참 행복했을텐데..

PM 7:50
카멜리에 호텔의 2층 로비에서 오후 시간을 보냈다. 호텔이긴 하지만 시설은 그냥 여관정도에 로비에는 에어컨도 없고 그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있어야만 했다. 4시 반쯤 호텔을 나와 하노이 기차역으로 왔다. 에어컨이 나오는 기차역 롯데리아에 앉아있었다. 땀은 안나와서 좋은데 추워서 좀 힘들었다.

기차 출발 전 햄버거로 저녁을 먹고 사이공행 SE1 열차에 올랐다. 기차표를 예매했을 때 침대칸인건 알았는데 Soft sleeper인지 Hard sleeper인지를 몰라서 걱정했는데 막상 타보니 다행히 Soft sleeper이다.

베트남식 아이스커피와 크로와상으로 아침을 먹었다.. 호숫가에서..

오늘은 사진이 별로 없군..ㅎㅎ 호치민이 머물렀던 곳.

 

유라시아 여행 일기 Day 10 – 하노이에 도착^^

2008. 5. 1. (목) Day 10

PM 6:50
하노이 기차역 앞 롯데리아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숨가빴던 지난 24시간을 정리해야지..

어제 오후 양슈오 시내에서 우연히 링보를 만났다. 링보는 그저께 싱핑으로 가는 중에 버스 안에서 만난 중국인이다. 버스 안에서만 인사를 하고 통성명 정도만 했는데 우연히 거리에서 만나서 인사하고 같이 저녁을 먹었다. 링보는 중국인이라 중국 현지인들이 가는 음식점에서 맛있는 음식들을 시켜 주었다. (Scrambled Egg with Tomato, 장어 구이, 가지 튀김) 맛있었다. 저녁을 먹으며 짧은 중국어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혹시나 해서 church 이야기를 해봤었는데 그 단어 자체를 알지 못했다. 링보가 영어를 거의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교회와 복음적인 얘기는 접어야 했지만 주소를 알아왔으니까 귀국하면 편지 한장과 함께 사영리 같은 전도지랑 중국어 성경을 구해서 보내주려고 한다.

링보와 저녁을 먹고 West street를 걷고 있는데 하노이행 Sleeper bus를 예약했던 사무실의 아저씨가 나를 급하게 찾고 있었다. 거리에서 우연히 그를 만났다. 하노이행 버스가 밤 10시 (2 시간 일찍) 계림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시계를 보니 밤 8시 30분.. 양슈오에서 계림까지 버스로 1시간. 시간이 있긴 했지만 타이트하다. 바로 짐을 갖고 Bus station으로 가서 링보와 여행사 아저씨와 작별 인사를 하고 계림으로 출발했다.

계림 시내엔 밤 9:45분쯤에 도착했다. 계림 기차역에서 날 기다리던 또다른 아저씨와 같이 버스를 기다렸다. 결국 출발 예정 시간보다 1시간 가까이 지난 밤 10시 50분쯤 버스가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난 분명히 침대 버스를 예약했는데 도착한 버스는 침대는 하나도 없고 일반 좌석식의 버스였다. 게다가 버스는 이미 만원에다가 자리가 모자라 사람들이 버스 복도에 플라스틱 의자를 깔고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잠시 놀랐지만 일단 침착하고.. 버스에 들어섰다. 놀랍게도 사람들이 문 앞 창가 좌석 하나를 비워두고 있었고 내가 들어가자 항구어렌(한국인) 하면서 나보고 여기 앉으라고 한다. 딴 사람들은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있는데…

어찌 보면 내가 여행사에 속거나 아니면 12시 침대 버스가 취소되어 일반 좌석 버스를 타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손해를 본게 분명하지만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따로 자리를 마련해 놓고 앉으라고 해서 정말 고마웠다.

그래도 설마 했는데 그 버스는 결국 밤새 달려 난닝(Nanning)까지 갔다.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 버스 좌석에 앉아서 졸아야 했지만 불편한 마음이나 기분 나쁜 마음은 들지 않았다.

난닝에 버스가 도착하자 모든 승객이 내리는데 기사 아저씨가 나는 그냥 차에 있으라고 한다. 이 버스를 타고 계속 해서 베트남 국경 마을은 핑샹(Ping Xiang)까지 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기사 아저씨는 나를 이해시키려고 애쓰는 듯 했다. 일단 버스 뒤쪽에 이불을 깔아주고 눈을 붙이라고 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이상한걸까? 난 그 아저씨와 버스 안내와 요금을 걷는 다른 중국인 청년들과 함께 버스 안에서 눈을 붙였다. 버스는 난닝 버스 터미널 안에 서 있는 상태라 이상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한 2시간 정도 잤을까.. 버스에 물을 뿌리며 세차 하는 소리에 잠을 깼다. 혹시나 해서 끌어 안고 있던 가방을 보니 다 그대로 있었다. 버스 안내를 하는 중국인 청년이 같이 아침을 먹으러 가자는 것 같다. 기꺼이 그러자고 했다. 같이 5분 정도를 걸어서 보통 중국인 서민들이 아침을 먹는 곳으로 가서 국수를 먹었다. 같이 아침을 먹으며 너무 즐거웠다. 서로 한문 필담을 통해 이름도 이야기하고 별의 별 이야기를 다 했다. 그 청년들이 국수를 사주었다. 비록 4원밖에 안하지만.. 평소 같으면 지저분해서 안먹을 그런 중국 식당의 음식을 내 또래의 중국 청년들과 웃으며 이야기하며 같이 먹었다. 그리고 난닝에서 Ping Xiang으로 가는 60원짜리 버스표를 받았다. 그들로서는 내 불편을 최대한 덜어주려고 정말 최선을 다했다. 정말 고맙고 감사했다. 내가 여행을 통해 재밌게 놀거나 휴양지만 찾아 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불편하더라도 겸손한 마음으로 다니며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한 것이 응답 받는 것 같다.

아침 8시 30분 Ping Xiang행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내 옆에 있어준 이 청년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올랐다. 이 2명의 청년과 어제 만난 링보는 모두 QQ 번호를 받아뒀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QQ를 거의 네이트온처럼 쓰는 것 같다.

Ping Xiang행 버스가 난닝을 떠났다. 약 4시간 후 국경 마을은 Ping Xiang 버스 터미널에 왔다. 여기서 다시 미니 버스를 타고 베트남-중국 국경인 우의관(YouYiGuan)으로 갔다. 이 미니 버스에서도 내 옆의 어린 중국인 소녀와 이야기했다. 난 지금까지 겪었던 중국인들의 친절과 헌신적인 마음에 감사했다고 했다. 이 친구도 QQ 번호를 알려줬다. 기회가 되면 나도 QQ를 해야겠다. (영문판이 있다면..)

우의관에서 약 300미터를 걸어서 베트남 국경으로 갔다. 여권 체크와 세관을 통과해서 베트남 영토로 넘어갔다. 육상으로 국경을 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터넷에는 중국 열차 사고, 올림픽 성화가 서울에 왔을 때 있었던 불미스런 사고로 떠들썩하고 반중 감정이 극에 달한 것 같은데 너무 안타깝다.

베트남 국경에서 한 미국인 커플을 만났다. (커플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촌 오누이임.) 중국 항저우에서 일하는 Ken과 Ken을 만나러 온 남동생 Peter 이 두 명과 하노이까지 동행했다. 국경에서 하노이행 버스가 있는 마을까지 같이 택시를 share하고 미니 버스도 같이 타고 3시간 정도 이야기하며 같이 왔다. 우와… 어제 오늘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구나.. 이 미국인의 도움으로 하노이에서도 숙소를 쉽게 잡았다.

– 일기 쓰던 중 졸려서 잠들어 버림 –

난닝 버스 터미널 모습. 이곳의 화장실은 그 유명한 문 없는 화장실..!! ㅋㅋ

버스에서 일하는 중국인. 아침밥까지 사주고 핑샹행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옆에서 도와준 고마운 친구..

핑샹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이 버스는 한국의 대우버스였습니다.. 꼭 한국에서 고속버스를 탄 듯한 느낌이..^^

핑샹에서 국경인 우의관까지 가는 미니 버스에서 만난 중국인 소녀와 함께. 피곤에 찌든 내 얼굴..ㅎㅎ 사진 보내주기로 했는데..

우의관에서.. 저 문을 넘어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베트남입니다.

우의관을 지나.. 길 오른편으로 보이는 건물이 세관. 저기서 입국 심사를 받고 빠져나오면 베트남 택시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드뎌 하노이에 도착해서.. 저녁으로 맛있는 베트남 쌀국수..!! 한국보다 조금은 초라하지만 그래도 맛은 괜찮았음..

하노이역 앞 롯데리아에서 아이스 커피를 마시며 숨가빴던 지난 24시간을 일기장에다 기록..

 

유라시아 여행 일기 Day 9 – 베트남으로

2008. 4. 30. (수) Day 9

PM 2:00
호스텔에서 체크아웃했다. 어제 밤 호스텔에서 저녁을 먹는데 옆 테이블에 한 서양인 가족이 식사를 하며 얘기하는데 아무래도 발음이나 액센트가 호주 같다. 혹시나 해서 말을 걸었는데 역시 호주 사람이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그 가족과의 대화로 조금 우울했던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어쩌다 북한 얘기도 했는데 남북한을 한 나라로 보세요? 하고 물어봤는데 역시 대답은 ‘No’였다. 북한이랑 남한이 겪고 있는 일들… 그리고 왜 통일이 되어야 하는지 그런 얘기들을 했다.

지금도 양슈오 West street에서 점심을 먹고 일기를 쓰는 중인데 옆 테이블에 호주 사람들이 앉아있다. 그들의 발음만 들으면 호주 사람이란 사실을 금방 안다. (왜일케 호주 사람이 많지..)

오늘 아침에 비가 오더니 지금은 그쳤다. 아침 8시에 짐을 택시에 싣고 양슈오 시내로 나왔다. 시내에 오자 마자 사해 호텔로 가봤는데 지갑이랑 자켓은 없었다. 난 왜이리 물건을 흘리고 다닐까?

근처 카페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고 PC방에 갔다. 태국으로 메일을 쓰고 여자친구와 화상 채팅을 하고.. 그리고 나와서.. Suit case를 하노이행 버스를 예약한 여행사에 맡기고 전화로 잃어버린 신용카드와 은행 카드를 분실 신고 했다. 중국에서는 한국의 1588 번호로 걸 수 없다. 그래서 여자친구의 도움으로 카드사들의 일반 전화번호를 다 알아낸 다음에야 분실 신고를 할 수 있었다.

지갑에 Nanning행 기차표가 있기 때문에 결국은 기차를 못타고 여기서 바로 하노이로 가는 야간 버스를 타게 되었다. 밤 12시에 Guilin (계림)을 출발해서 아마도 아침에 국경을 넘고 정오쯤에는 하노이에 도착할 듯 하다.

여기 Café 사람에게 버스 시간 때문에 4-5시까지 좀 앉아있겠다고 했다. 이제 여기서 일기 타이핑이랑 사진 정리를 좀 하고 저녁에 PC방 가서 블로그에 일기와 사진을 좀 올려야지…

2박 3일간 묵었던 호스텔 방. 원래 도미토리인데 다른 손님이 없어 거의 싱글룸 같이 사용했습니다.

내가 묵었던 숙소 마당. 원래 현지 농장이었는데 네덜란드 부부가 사들여서 호스텔로 리모델링한 곳입니다. http://www.gigglingtree.com 강추..!!

일기를 쓰며..

양슈오 시내에서 리강(Li River)를 바라보며.. 아이스크림 하나..

상해에서 썼던 여자친구에서 보내는 엽서를 이 우체통에 넣어서 보냄..

음.. 계림 시내에서 하노이행 버스를 기다리며.. 한번 장난쳐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