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여행 일기 Day 13 – 서른 네 시간 기차여행

2008. 5. 4 (일) Day 13

하노이에서 사이공으로 가는 34시간의 기차 여행 도중 두 번째 주일을 맞았다. 지난주 주일은 상해의 중국인 삼자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열차 안에 있어야 한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베트남 기차의 침대칸도 중국 기차와 같은 구성이다. Soft Sleeper는 한 칸에 4명이 함께 여행한다. 내가 탄 칸에는 중년의 중국인 아저씨와 23살의 베트남 여자와 비슷한 나이의 베트남 남자 그리고 나 이렇게 여행중이다. 이 사람들과 되게 즐겁게 가고 있다. 한국 사람끼리 모였다면 그냥 무뚝뚝하게 말 한마디 안하고 시간을 보냈을 수도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많이 friendly하다. 기차 창문을 열고 밖을 쳐다 보고 있으면 건널목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다들 웃으며 손을 흔든다. 나도 흔든다.

같은 칸에 탄 베트남 여자는 중국말도 영어도 잘한다. 그래서 중국인 아저씨와 내가 얘기하는 걸 영어로 통역도 해 주고 있다. 이름을 한번 물어봐야겠다..

새벽 5시 30분쯤 일어났다. 양치질과 세수를 하고 침대에 누워서 윌리엄 캐리에 대한 책을 읽었다. 단순히 구두 수선공이 인도에 갔다 정도의 이야기만 알고 있었지만 역시 현대 선교의 아버지 캐리가 인도에 가서 힘쓴 것은 성경 번역과 교육이었다. 그 역시 사람을 세우는데 힘썼다. 호치민도 그랬다.

단지 여행 중 인도에 가기 때문에 윌리엄 캐리의 책을 읽기로 했지만 앞으로 내가 살아야 할 귀한 모델이 되는 것 같다. 인도 캘커타에 도착하면 윌리엄 캐리와 테레사 수녀의 흔적들을 많이 찾아봐야겠다.

PM 12:10
점심을 먹었다. 기차 안에서.. 같은 칸 4명이서 웃으며 이야기하며… 혼자서 여행해도 이렇게 금방 친구들이 생긴다. 점심 식사를 중국인 아저씨가 사주었다. 오늘 밤도 기차 안에서 자고 사이공에는 내일 아침 도착한다. 윌리엄 캐리 책도 다 읽었으니 이제부턴 사사기를 다시 읽어야지.

참 좀 전에 기차가 바닷가 옆으로 난 고개를 넘었다. 기차 창문을 열고 사진을 많이 찍었다. 날씨도 좋고 풍경도 너무 아름답다.

PM 5:20
지루하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오랫동안 기차를 탄다. 34시간의 여행. 지도를 보면 거리상으론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은데 베트남의 기차길이 옛날에 지어져서 그런지 커브도 많고 그래서 느리다. 빨리 달려봤자 시속 80km 정도가 안되는 것 같다.

밥을 먹고… 영어를 할 줄 알았던 베트남 친구가 내렸다. 이젠 좀 조용히 가야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으면 다들 쳐다본다..

하노이와 사이공을 왕복하는 기차

기차가 바닷가 절벽의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갑니다. 기차 뒤에서는 또다른 기관차가 밀어주고 있음.

같은 침대칸에 탔던 친구들.. 왼쪽은 나보다 4살정도 어린 베트남 친구, 그리고 중간은 북경에서 온 중국인 아저씨. 이 아저씨가 밥도 사주셨음..ㅋ

해질녘에 바라본 기차 밖 풍경..

저녁으로 먹은 밥입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

Current y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