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25. (금) Day 4
기차에서 잠을 깼다. 어제 중국인 아줌마께서 중국말을 많이 가르쳐주셨다. 저녁엔 청도에서 샀던 신라면 컵라면이랑 바나나로 저녁을 때웠다. 저녁을 먹고… 노트북으로 영화 “첨밀밀”도 보고.. 오대원 목사님의 책 “두려움의 집에서 사랑의 집으로”도 다 읽었다. 지금은 오전 9시 30분.. Shanghai까진 2시간 정도 남았다.
기차가 역도 아닌 곳에 자주 선다. 다른 기차들 길 비켜주려는 것 같은데 한번 서면 10분은 기본이다. 한국 같으면 벌써 난리가 났을 법도 한데 중국 승객들은 정말 여유롭다. 아무 안내 방송 없이 기차가 15분, 20분을 그냥 서 있어도 침대에 누워서 자거나… 이야기를 하거나.. 책, 신문을 보는 등.. 각자 자기 할 일을 한다. 뭐 이런 건 2001년 중국에 처음 왔을 때도 느낀 거지만.. 우리가 배워야 할 점 같다.
PM 3:20
상해 이마트 1층에 있는 뚜레주르…
기차가 상해역에 도착해서 내린 후 지하도로 내려가니 바로 지하철 입구가 있었다. 3원을 내고 차표를 사서 민박집이 있는 Lao Xi Men 역에서 내렸다. 상해 지하철은 잘 되어 있어서 갈아타는 법도 쉽다. 영어 Sign도 많다. 지하철 역에서 내리니 바로 EMART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돌아 아파트 입구로 들어간 뒤 9층으로 올라갔다. 민박집도 쉽게 찾았다. 민박집에 와서 Guilin(계림)행 기차표를 받고 방에 짐을 풀고 숙박비 잔금 82원을 계산했다.
잠시 쉬다가 나와서 급한대로 이마트 1층에 있는 KFC에 가서 점심을 해결했다. 그리고 나왔는데 길거리에서 한 식당 아저씨가 토끼 한 마리의 가죽을 벗기고 있었다. 그러더니 큰 가위로 목을 자르고 배를 가르더니 손으로 내장을 다 끄집어 낸다. 토끼라는 동물이 순식간에 음식 재료가 되는 순간이다. 왜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는걸까.. 저 토끼를 요리한 음식을 먹으래도 먹을 수 있을 듯 하다.
민박집에서 얻은 지도를 들고 임시 정부 청사를 찾아갔다. 걸어서 한 15분 정도 걸렸다. 걸으면서 본 상해의 구 시가지는 청도와는 모습이 많이 달랐다. 뭔가 중국적인 특색이 별로 없는 청도에 비해 이곳은 정말 매력적인 골목과 기와지붕, 낡은 창문, 그리고 아무렇게나 걸어놓은 빨랫감으로 가득하다.
임시 정부 청사에 가니 역시나 하나투어 버스가 여러 대 서 있었다. 청사 안에 입장료 15원을 내고 들어갔다. 말로만 듣던 이곳을 와보다니.. 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무얼 하며 살았을까 생각했다. 아마도 이기적인 본성 때문에 한 기회 잡았다면 친일파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지 않았을까…?
김구, 이승만… 이 분들의 사진과 이야기를 봤다. 특히 서울에서의 마지막 주일날 “우리”지에는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기사가 나왔는데.. 대한민국 초창기에 주셨던 그분의 특별한 은혜를 지금 우리는 감사는 커녕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지내는건 아닐까..
기차 안에서 오대원 목사님의 책 “두려움의 집에서 사랑의 집으로”를 다 읽었다. 책을 보며 내 여행의 자세를, 특히 현지인을 대하는 마음을 고쳐먹게 되었다. 민족적, 문화적 우월감, 그리고 적대심, 일단은 거리를 두고 접근하는 마음 모두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한 이런 마음을 모두 버리고 훌륭한 나라 중국을 방문한 겸손하고 작은 손님이자 나그네적인 자세로 여행을 하기로 했다. 하나님이 나를 장차 보내실 곳, 그게 중국이든, 호주가 되든, 한국이든간에 사람을 존중하고 진심으로 사랑하겠다고.. 오늘 상해 거리의 사람들은 정말 멋있어 보인다. 예전에 중국에 왔을 때는 조금 지저분해 보이고 멀리하고 싶은 사람들이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다.
임시 정부 청사를 나온 나는 역시 걸어서 골동품 거리로 갔다. 서울의 인사동쯤 되지만 파는 물건이나 건물들, 가게 풍경, 거리 모습들은 수십 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물건을 사지는 않고 그냥 구경만 한 후 민박집 근처 Emart 1층에 있는 뚜레주르에서 커피를 마시며 일기를 쓰고 있다. 커피값 18원.. 한국에 비해서는 좀 싼 편이지만 그래도 여기서는 비싸게 느껴진다.
이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낡은 중국식 자전거 바구니에 노란 이마트 비닐 봉지를 싣고 어디론가 떠나는 중국의 아줌마 아저씨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나 뚜레주르 같은 것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한국의 국력이 이렇게 크구나.. 라고 생각을 할까..? 나도 한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어제 오대원 목사님의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나 중국인들이 갖고 다니는 삼성 핸드폰, 현대 소나타를 보는 건 한국의 국력이 아니라 단지 한국 기업의 능력일 뿐이고 우리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것은 절대 아닌 것 같다. 정말로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국력은 중국인을 마음에 품고 그들을 사랑하고 한국인과 중국인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모습이 퍼져 나갈 때 비로소 나타나게 되지 않을까..
민박집에서 저녁을 먹고 발 마시지도 한번 받고.. 저녁 야경 사진을 찍으러 삼각대 갖고 한번 나가 보려고 한다. 아.. 샤워도 좀 하고.. 여기 앉아서 창밖을 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속으로 기도하고 축복하고 있다. 이제 일어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