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여행 일기 Day 7 – 계림….^^

2008. 4. 28. (월) Day 7

AM 8:15
이번에 탄 기차는 너무 덜컹거린다. 밤새 잠을 많이 깼다. 일어났는데 놀랍게도 열차가 어제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아마도 기차 선로 모양 때문에 어느 역에서 기관차만 떼어서 반대쪽에 기관차를 달고 가는가보다. 계림까지 6시간 남았다.

아침은… 롼워칸 옆에 딸린 식당칸에 가서 먹었는데 주방장이 먹으라고 하는 음식을 시켰는다. 면발은 우동인데.. 닭고기가 가득했다. 너무 느끼해서 반 정도 먹다가 그냥 나왔다. 먹는 도중에 기차가 한 역에 서길래 당장 달려나가서 콜라를 사왔다. 도착할 때까지 사사기를 다 읽어야지.

AM 10:40
심심하다. 아직 4시간이나 더 가야 한다. 여자친구가 보고 싶다. 그리고 사우나에도 가고 싶다. 어제 상해 지하철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땀이 범벅이 되었는데 씻지도 못하고 그냥 자고 일어났다. 아침에 세수와 양치는 대충 했는데 까치집이 된 머리는 어쩔 수 없다. 그냥 물을 찍어 발라서 폈다.

PM 1:30
계림에 거의 다 와간다. 승무원이 표를 바꿔 주었다. 중국 기차는 침대칸 같은 경우에 대해서만 알지만.. 객차마다 차장이 있다. 기차에 탈 때 차장은 차표를 다 걷는다. 그리고 카드를 하나 준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침대로 와서 카드를 가져가고 다시 표를 돌려준다. 이를 “환표”라고 한다. (중국어 발음도 거의 “환표”에 가까워서 승무원이 환표 어쩌고 하면 그냥 표를 주거나 카드를 주면 된다.) 덕분에 내려야 할 역에 한 밤중에 도착하더라도 못내리는 경우는 없을 것 같다.

PM 11:20
Giggling Tree 게스트 하우스. 이곳은 네덜란드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고 손님들도 모두 서양인이다. 이곳에 체크인하고 뜰에서 쉬고 있는 손님들과 주인 아저씨와 인사를 나누었다 .아까 계림역에서 내리고 바로 매표소로 가서 한 30분 줄을 서서 난닝행 기차표를 끊었다. 처음으로 스스로 기차표를 끊는 건데 잘 되어서 너무 감사하다. 게다가 표를 끊고 나오니 바로 양슈오(Yangshuo)로 가는 버스가 있어서 탔다. 이 버스는 시내를 천천히 돌며 태울 사람을 다 태운 후에야 양슈오로 향했다. 양슈오로 가는 길에 점점 멋진 산 봉우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인가.. 우연히 과학 잡지에서 계림이란 곳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이 계곡, 산들이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언젠가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 여행을 계기로 오게 되어서 좋다. 양슈오에 도착한 후 빨리 PC방을 찾아야 했다. 뭇을 곳인 Giggling Tree의 전화번호를 적은 종이를 또 잊어버려서.. 다행이었다. 인터넷 카페를 어렵지 않게 찾아서 전화번호를 메모한 뒤 택시를 타고 올 수 있었다.

유라시아 대륙 여행 Day 4 – 상해… Shanghai…

2008. 4. 25. (금) Day 4

기차에서 잠을 깼다. 어제 중국인 아줌마께서 중국말을 많이 가르쳐주셨다. 저녁엔 청도에서 샀던 신라면 컵라면이랑 바나나로 저녁을 때웠다. 저녁을 먹고… 노트북으로 영화 “첨밀밀”도 보고.. 오대원 목사님의 책 “두려움의 집에서 사랑의 집으로”도 다 읽었다. 지금은 오전 9시 30분.. Shanghai까진 2시간 정도 남았다.

기차가 역도 아닌 곳에 자주 선다. 다른 기차들 길 비켜주려는 것 같은데 한번 서면 10분은 기본이다. 한국 같으면 벌써 난리가 났을 법도 한데 중국 승객들은 정말 여유롭다. 아무 안내 방송 없이 기차가 15분, 20분을 그냥 서 있어도 침대에 누워서 자거나… 이야기를 하거나.. 책, 신문을 보는 등.. 각자 자기 할 일을 한다. 뭐 이런 건 2001년 중국에 처음 왔을 때도 느낀 거지만.. 우리가 배워야 할 점 같다.

PM 3:20
상해 이마트 1층에 있는 뚜레주르…
기차가 상해역에 도착해서 내린 후 지하도로 내려가니 바로 지하철 입구가 있었다. 3원을 내고 차표를 사서 민박집이 있는 Lao Xi Men 역에서 내렸다. 상해 지하철은 잘 되어 있어서 갈아타는 법도 쉽다. 영어 Sign도 많다. 지하철 역에서 내리니 바로 EMART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돌아 아파트 입구로 들어간 뒤 9층으로 올라갔다. 민박집도 쉽게 찾았다. 민박집에 와서 Guilin(계림)행 기차표를 받고 방에 짐을 풀고 숙박비 잔금 82원을 계산했다.

잠시 쉬다가 나와서 급한대로 이마트 1층에 있는 KFC에 가서 점심을 해결했다. 그리고 나왔는데 길거리에서 한 식당 아저씨가 토끼 한 마리의 가죽을 벗기고 있었다. 그러더니 큰 가위로 목을 자르고 배를 가르더니 손으로 내장을 다 끄집어 낸다. 토끼라는 동물이 순식간에 음식 재료가 되는 순간이다. 왜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는걸까.. 저 토끼를 요리한 음식을 먹으래도 먹을 수 있을 듯 하다.

민박집에서 얻은 지도를 들고 임시 정부 청사를 찾아갔다. 걸어서 한 15분 정도 걸렸다. 걸으면서 본 상해의 구 시가지는 청도와는 모습이 많이 달랐다. 뭔가 중국적인 특색이 별로 없는 청도에 비해 이곳은 정말 매력적인 골목과 기와지붕, 낡은 창문, 그리고 아무렇게나 걸어놓은 빨랫감으로 가득하다.

임시 정부 청사에 가니 역시나 하나투어 버스가 여러 대 서 있었다. 청사 안에 입장료 15원을 내고 들어갔다. 말로만 듣던 이곳을 와보다니.. 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무얼 하며 살았을까 생각했다. 아마도 이기적인 본성 때문에 한 기회 잡았다면 친일파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지 않았을까…?

김구, 이승만… 이 분들의 사진과 이야기를 봤다. 특히 서울에서의 마지막 주일날 “우리”지에는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기사가 나왔는데.. 대한민국 초창기에 주셨던 그분의 특별한 은혜를 지금 우리는 감사는 커녕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지내는건 아닐까..

기차 안에서 오대원 목사님의 책 “두려움의 집에서 사랑의 집으로”를 다 읽었다. 책을 보며 내 여행의 자세를, 특히 현지인을 대하는 마음을 고쳐먹게 되었다. 민족적, 문화적 우월감, 그리고 적대심, 일단은 거리를 두고 접근하는 마음 모두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한 이런 마음을 모두 버리고 훌륭한 나라 중국을 방문한 겸손하고 작은 손님이자 나그네적인 자세로 여행을 하기로 했다. 하나님이 나를 장차 보내실 곳, 그게 중국이든, 호주가 되든, 한국이든간에 사람을 존중하고 진심으로 사랑하겠다고.. 오늘 상해 거리의 사람들은 정말 멋있어 보인다. 예전에 중국에 왔을 때는 조금 지저분해 보이고 멀리하고 싶은 사람들이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다.

임시 정부 청사를 나온 나는 역시 걸어서 골동품 거리로 갔다. 서울의 인사동쯤 되지만 파는 물건이나 건물들, 가게 풍경, 거리 모습들은 수십 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물건을 사지는 않고 그냥 구경만 한 후 민박집 근처 Emart 1층에 있는 뚜레주르에서 커피를 마시며 일기를 쓰고 있다. 커피값 18원.. 한국에 비해서는 좀 싼 편이지만 그래도 여기서는 비싸게 느껴진다.

이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낡은 중국식 자전거 바구니에 노란 이마트 비닐 봉지를 싣고 어디론가 떠나는 중국의 아줌마 아저씨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나 뚜레주르 같은 것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한국의 국력이 이렇게 크구나.. 라고 생각을 할까..? 나도 한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어제 오대원 목사님의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나 중국인들이 갖고 다니는 삼성 핸드폰, 현대 소나타를 보는 건 한국의 국력이 아니라 단지 한국 기업의 능력일 뿐이고 우리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것은 절대 아닌 것 같다. 정말로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국력은 중국인을 마음에 품고 그들을 사랑하고 한국인과 중국인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모습이 퍼져 나갈 때 비로소 나타나게 되지 않을까..

민박집에서 저녁을 먹고 발 마시지도 한번 받고.. 저녁 야경 사진을 찍으러 삼각대 갖고 한번 나가 보려고 한다. 아.. 샤워도 좀 하고.. 여기 앉아서 창밖을 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속으로 기도하고 축복하고 있다. 이제 일어나야지..

난징 기차역에 서있을 때 반대쪽으로 지나가는 기차 전광판을 찍었습니다..

중국 기차 잉워 (Hard Sleeper) 구성.. 맨 윗칸은 천장 때문에 누워있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맨 아래칸으로 표를 사야만..^^

상해 임시 정부 청사 정문 앞에서..

상해 임시 정부 청사 안..

당시에 사용하던 태극기

골동품 거리에서 본 공산 혁명 시대의 인형들

마작을 하고 있는 중국인들. 여가라기 보다는 돈이 오가는 도박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민박집 바로 앞에 있는 이마트

상해 외탄의 야경. 왼쪽에 있는 타워가

외탄 야경...

서울에서 포르투갈까지.. 비행기 안타고…

서울-인천-칭다오-상하이-라싸-카트만두-캘커타-바라나시-델리-이슬라마바드-테헤란-앙카라-이스탄불-아테네-베를린-파리-바르셀로나-리스본

다들 이상하게 생각한다. 심하면 미쳤다고…
서울에서 리스본까지 기차와 버스, 배만 타고 가는게 그렇게 이상한가..?
음.. 사실 2004년에 87년형 미쓰비시 웨건을 타고 12,000km를 운전하며 호주를 한바퀴 도는 어떻게 보면 정신나간 여행을 할 때도 자신감이 넘쳤었는데.. 호주 현지 사람들도 이런 여행은 부디 하지 말라는…ㅡㅡ;
지금 돌아보면 그건 분명 약간은 무모했던 여행 같다.
작은 마을이 나오기까지 서울-부산 거리를 쉴 새 없이 달려야 하는 호주 대륙 사막 한 복판에서 20년 묵은 그 차가 서버리기라도 한다면… 음..
이번에 생각하는 유라시아 대륙횡단도 좀 위험하긴 하다. 지구상의 위험한 분쟁 지역도 몇군데 지나가야 하고.. 숙소와 교통편이 미리 다 예약된 상태에서 가는게 아닌..
말 그대로 아무것도 정해진게 없이 여권과 몇몇 나라의 비자… 그리고 인천-칭다오 배표 한장만 들도 일단은 떠나는 여행이다..

04년의 호주 여행때 난 여행도 여행이었지만 사람들을 만났다. 사막의 외진 마을에서 알콜과 마약에 완전히 묶여서 살아가는 애보리진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호주 대륙 한 복판의 작은 마을  Hughenden에서 그 사람들을 돕는 자가 되어야겠다는 결단까지..
어쩌면… 흔한 방법은 아니지만 여행은 내가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발견하는 그분과의 대화 통로일지도 모른다.
2001년 중국 비전 트립때도 난 사람을 만났다.
물론 이번에 생각하고 있는 유라시아 대륙횡단 여행을 통해서도 하나님께서 만나게 할 사람들을 만나게 하실거란 기대를 갖고 있다.
그래서.. 난 여행을 하면서 관광 명소, 맛있는 음식들만 찾아 다니는 그런 여행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만나고 이야기하고..
혁명가 체 게바라가 학생 시절 오토바이를 타고 남미 대륙을 여행한 것이 그에게는 단순한 관광이나 배낭여행이 아니라, 억압받고 질병으로 고통하던 인디오 사람들의 아픔을 체험하고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던 것처럼 나에게도 이런 방식의 여행은 내 인생에 있어서 쉼이라기 보다는 기회인것 같다.

인생에 다시는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몇개월간의 휴식 기간.. 서울에 머물러 있는다면 난 정말 할 일이 많다..
아니…. 이곳에서 내가 섬겨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솔직히 여행을 가기가 싫다.
호주 준비를 위한 영어 공부는 어떻고… 지금 시점은 휴식 기간동안 영어 공부에만 매달려도 부족한 시기인데..
물질적인 문제도 걸린다.
그런데도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난 이 여행 이야기를 준비에서 부터 모든 여정까지 전부를 홈페이지에 글로 남기기로 했다.
사실 귀찮고.. 여행중엔 안그래도 정신 없는데..
그런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긴 여행을 하면서 무언가를 얻고 생각을하기 보다는 그냥 푹 쉬고 즐기는 여행이 되어버릴까봐..
하늘에서 그 분이 바라보고 계시고 홈페이지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바라보고 있다면 매 순간 깨있고있는 여행을 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