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대륙 여행 Day 2 – 바다 위에서…

2008. 4. 23 (목) Day 2

AM 9:00
밤새 잠을 설쳤다. 객실이 뒤쪽이라서 그런지 엔진 소리도 너무 크고 엔진 돌아가는 충격이 침대로 다 전달된다. 기차 같으면 천천히 덜컹거리는 리듬에 더 잘 잠이 들텐데…

아침 7시쯤 일어났다. 어제 못했던 사우나에 갔다. 어젠 비도 맞고 찝찝해서 사우나에 가고 싶었는데 너무 일찍 문을 닫아버렸다. 여객선 안의 사우나는 예상보다 정말 좋았다. 보통 사우나 하면 어두운 곳에 백열등이 켜지고 습기가 자욱한 그런 분위기지만 여긴 수평선이 보이는 커다란 통 유리 창문이 있어서 상쾌한 아침 햇빛이 가득했다. 게다가 손님이 나 혼자라서 너무 기분 좋게 목욕을 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며.. 목욕을 하고 레스토랑에 가서 아침을 먹었다. 역시 바다가 보이는 커다란 창문 옆에서.. iPod으로 Bob Marley의 음악을 들으며..

어제는 날씨 때문에 그리고 막상 떠난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겁이 났지만 지금은 날씨도 정말 좋고 기분 좋게 목욕을 해서 그런지 기분이 좋다.

이제 50분만 있으면 도착인데 창 밖으로 육지는 보이지 않는다. 사방을 둘러봐도 수평선뿐이다. 이 우주에 이런 별이 또 있을까.. 완벽한 그분의 솜씨에 그저 놀랄 뿐이다. 이런 걸작품을 멋진 배에서 편안한 소파에 앉아 통 유리 너머로 바라보는 나는 세상에 얼마 안 되는 행운아 중에 한 사람인 것 같다.

잠깐 갑판에 나갔었는데… 바람이 너무 심해서 도저히 서 있을 수도, 숨을 제대로 쉬기도 힘들다. 하긴.. 배 속도가 대충 40~50km/h는 되어 보이는데 이정도 바람은 거의 태풍 수준이겠지..

배에서 하루밤을 지내고 아침에 일어나서 먹은 아침 식사..

갑판 위에서..

내가 사용한 3등 선실 내부 모습.. 3등칸은 침대칸과 온돌방이 있습니다.

배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다가 문득..ㅡㅡ;

배가 칭다오 항구에 가까이 다가갑니다.

칭다오 여객 터미널에서 입국 심사를 받고서 거리로 나왔습니다.

칭다오 시내 맥도날드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는데.. 콜라를 Large로 시켰는데 이런 컵에 나왔어요.. 거의 1리터정도는 될듯한..ㅡㅡ; 그런데 콜라를 마시다가 문득 든 생각.. 빨대가 컵에 built-in이었는데 그럼 빨대를 대충 씻어서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건가..?

유라시아 대륙 여행 Day 1 – 청도행 여객선에서…

2008. 4. 22 (화) Day 1

인천 국제 여객 터미널에서 Qingdao행 배에 올랐다. 편도 10만원으로 중국에 갈 수 있다니…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지 않고 이 반도 국가 한국을 떠나본다. 아직 배는 출항하지 않고 있다. 지금이 오후 6시니까 한 시간 후에 배가 출발한다. 여행 첫날부터 참 힘들다. 밖에는 비가 온다. 우산을 suit case에 넣어놔서 꺼낼 겨를도 없이 비를 맞았다. 배에 탑승할 때는 앉아있던 벤치에 여권을 놓고 갔다가 한 중국인이 다급하게 달려와서 건네주기도 했다. 첫날부터 실수라니. 위동항운의 국제 여객선은 참 크다. 셔틀버스를 타고 배에 탑승하러 가는데 타이타닉 생각이 났다. 타이타닉 영화에서는 극적으로 배표를 따고 환호하면서 배에 오르는 잭과 친구 그리고 환호하는 사람들.. 그런데 난 그다지 기분이 상쾌하진 않은 듯 하다. 비도 오고.. 막상 여자 친구를 두고 떠난다고 하니 마음이 좋지 않은 것 같다. 배에 타서 한 시간 정도 여자 친구와 통화했다. 배가 육지에서 멀어지면서 감이 멀어지고 말이 안들릴 때까지 통화했다.

배로 여행하는 것 생각보다 좋다. 역시 아는 사람이 같이 여행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지도를 봤다. 내가 가야 할 수천 킬로미터의 처음 시작. 병무 신고도 하지 않고 외국으로 나가는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라시아 대륙을 육로로 왕복하는 어찌 보면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이 어이없는 여행.. 이 여행을 통해서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나게 하시고 봐야 할 것, 해야 할 것들을 보고, 하게 하실 하나님 한 분만 붙들어야지..

밖엔 계속 비가 온다. 갑판에 나가 보고 싶은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지 배가 조금씩 흔들리는데 비행기가 가끔씩 흔들리는 정보인가.. 아무튼 뱃멀미 걱정은 없을 것 같다. 화장실에는 이상한 변기가 있다 분명 모양은 변기인데 엄청 크다. 알고 보니 멀미 전용 변기이다.

지금은 밤 10시.. 이제 슬슬 침실에 가서 책이나 봐야겠다.

떠나는날.. 인천항으로 가기 위해 집 앞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인천 국제 여객 터미널 입구

인천 국제 여객 터미널 내부

인천에서 칭다오까지 가는 배표 사진..^^

내가 타고 갈 위동항운의 여객선

배 갑판 위에서.. 여기서 꽤 오랫동안 전화 통화를 했음..

배가 갑문을 지나 먼 바다로 나가는 모습

유라시아 육로 횡단 여행 출발 D-5…. 여권과 비자

출발 날짜가 다가온다. 출발전 10일간 무얼 해야 할지 다 계획표를 만들어놨었는데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날짜가 다가오면서 괜히 일을 너무 크게 벌려놓고 있는건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 여행을 꼭 해야겠다고 확신을 얻었던 때의 첫 마음과.. 여행을 하면서 만날 사람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설렌다는…ㅋㅋ

병역특례 소집 해제가 된 후에야 여권을 만들 수 있는줄 알았다. 음… 하지만 소집 해제(전역 날짜) 3개월 전 부터 여권을 만들 수 있다. (보증인이 필요 없는 일반인과 동일한 여권.. 10년짜리 복수 여권도 가능) 준비물은 “전문 연구/산업 기능 요원 복무 확인서” 병무청 사이트 www.mma.go.kr 에 가면 바로 출력해서 사용할 수 있다. 프린트한 복무 확인서와 여권용 사진 2장을 구청이나 시청 같은 여권 발급 기관에 가져가서 신청을 하면 3-4일 후에 “정상적인” 여권을 발급받는다…

내가 여행중에 입국해야 할 나라들이 대충 20개국에 이르다 보니 비자 발급 기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 원래는 여행사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혼자 진행하려 했는데 그 많은 비자를 다 혼자서 받기엔 무리가 있을듯 싶어 우선 러시아, 중국, 인도, 캄보디아 비자를 여행사에 의뢰했다. 이것도 맡긴지 이미 3주가 지났는데 출발 전날 겨우 맞출 수 있을듯 하다. 국내 발급보다 오히려 동남아 국가에 가면 발급이 더 빠르고 쉬운 이란과 파키스탄 비자는… 방콕에서 이란 비자를 받고, 델리에서 파키스탄 비자를 받으려고 한다. 둘 다 1박 2일만에 한국보다 더 싸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어제는…^^
인터넷이 되는곳에서 신속한 화상 채팅을 위해서.. 드라이버 설치가 필요 없는… 꽂으면 바로 작동하는 웹캠을 샀다.
오늘은.. 갑자기 고장난 외장 하드 AS 받고… 오는 길에 썬크림과 오일 컨트롤 필름 (일명 기름종이..ㅎ)를.. 음.. 그저껜 작은 물티슈로 2통이나 샀다… 아무래도 여행할 때 땀이 많이 날듯 해서.. 이런쪽으로 많이 신경쓰이나보다.. 고장난 카메라 수리에.. 삼각대도 새로 사고.. 4개국 비자 발급까지.. 출발도 안했는데 이미 꽤 많은 돈이 들어가서 살짝 마음이..ㅠㅡㅠ

유럽 일정 축소…

이렇게 긴 여행길을 2개월 안에 끝내는건 무리인가 싶다.
원래 그냥 혼자서 생각할 때는 중국, 티벳, 인도, 등등 거치고 터키에서 비행기로 이집트, 이스라엘까지 꼭 가보고싶었다.
그리고 유럽 대부분 지역을 다 여행하고 또 러시아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귀국하는게 내가 상상하던 여행이었는데…

일정과 비용이 정말 만만치 않다..
빠듯한 예산에… 몇개월씩 직업 없이 계속 여행만 할 수도 없는 사정인지라..
이집트, 이스라엘쪽은 과감히 취소하고..
유럽에서의 일정도 아는 선교사님들과 동생이 있는 독일…
그리고 옆에 있는 프랑스정도…
원래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대서양을 바라보며 유라시아 대륙 육로 횡단의 기쁨을 맛보려 했는데…ㅋㅋ
대신 프랑스 제일 서쪽 끝에 있는 Brest라는 도시에서 대서양을 보려고 한다.
터키를 통해 유럽에 들어가서 모스크바로 빠져나오기까지 유럽 일정을 12일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다. 바쁘게 돌아다니는 일정을 과감히 포기하고…

10년짜리 여권 발급..^^

난생 처음으로 1년 이상짜리 여권을 발급받았다. 자그마치 유효기간 10년…!!
다음달에 나이 서른에 군생활을 마치는 나로서는.. 정말 감개 무량한… ㅡㅡ; 그런 순간이었다..ㅋㅋ
외국에 한번 나갈 때마다 1년짜리 단수 여권을 받아야 하는 내가…
지금 서랍을 열면 그동안 썼던 여권이 7개가 나온다…ㅎㅎ
그것도 여권 한번 받기 위해 친척집을 얼마나 전전했던지…ㅠㅠ (병역 미필자는 이유를 아심…ㅋ)
이제는 병역이라는 족쇄에서 완전히 해방된 느낌이다..^^

티벳 독립 시위로 인해 여행 계획 변경..ㅠㅠ

여행을 한달 정도 앞둔 시점에 티벳 사태가 터졌다..
원래 중국에서 기차로 티벳을 경유해서 네팔, 인도로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이번 사태로 중국은 티벳, 라싸 지역으로 외국인 진입을 원천 차단한것 같다.
얼마전 개통한 찡짱 철도를 한번 꼭 타보고 싶었는데…ㅠㅠ
이번 일이 금방 해결될것 같진 않고 여행 경로를 변경할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
다시 세계 지도를 펴놓고 고민에 빠졌다.
결국 티벳 라싸를 우회해서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을 거쳐서 인도로 들어가는 루트를 가기로 결정하고 이쪽 지역 정보 수집을 하고 있다.
덕분에 더 많은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게 생겼지만…ㅠㅠ

서울에서 포르투갈까지.. 비행기 안타고…

서울-인천-칭다오-상하이-라싸-카트만두-캘커타-바라나시-델리-이슬라마바드-테헤란-앙카라-이스탄불-아테네-베를린-파리-바르셀로나-리스본

다들 이상하게 생각한다. 심하면 미쳤다고…
서울에서 리스본까지 기차와 버스, 배만 타고 가는게 그렇게 이상한가..?
음.. 사실 2004년에 87년형 미쓰비시 웨건을 타고 12,000km를 운전하며 호주를 한바퀴 도는 어떻게 보면 정신나간 여행을 할 때도 자신감이 넘쳤었는데.. 호주 현지 사람들도 이런 여행은 부디 하지 말라는…ㅡㅡ;
지금 돌아보면 그건 분명 약간은 무모했던 여행 같다.
작은 마을이 나오기까지 서울-부산 거리를 쉴 새 없이 달려야 하는 호주 대륙 사막 한 복판에서 20년 묵은 그 차가 서버리기라도 한다면… 음..
이번에 생각하는 유라시아 대륙횡단도 좀 위험하긴 하다. 지구상의 위험한 분쟁 지역도 몇군데 지나가야 하고.. 숙소와 교통편이 미리 다 예약된 상태에서 가는게 아닌..
말 그대로 아무것도 정해진게 없이 여권과 몇몇 나라의 비자… 그리고 인천-칭다오 배표 한장만 들도 일단은 떠나는 여행이다..

04년의 호주 여행때 난 여행도 여행이었지만 사람들을 만났다. 사막의 외진 마을에서 알콜과 마약에 완전히 묶여서 살아가는 애보리진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호주 대륙 한 복판의 작은 마을  Hughenden에서 그 사람들을 돕는 자가 되어야겠다는 결단까지..
어쩌면… 흔한 방법은 아니지만 여행은 내가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발견하는 그분과의 대화 통로일지도 모른다.
2001년 중국 비전 트립때도 난 사람을 만났다.
물론 이번에 생각하고 있는 유라시아 대륙횡단 여행을 통해서도 하나님께서 만나게 할 사람들을 만나게 하실거란 기대를 갖고 있다.
그래서.. 난 여행을 하면서 관광 명소, 맛있는 음식들만 찾아 다니는 그런 여행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만나고 이야기하고..
혁명가 체 게바라가 학생 시절 오토바이를 타고 남미 대륙을 여행한 것이 그에게는 단순한 관광이나 배낭여행이 아니라, 억압받고 질병으로 고통하던 인디오 사람들의 아픔을 체험하고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던 것처럼 나에게도 이런 방식의 여행은 내 인생에 있어서 쉼이라기 보다는 기회인것 같다.

인생에 다시는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몇개월간의 휴식 기간.. 서울에 머물러 있는다면 난 정말 할 일이 많다..
아니…. 이곳에서 내가 섬겨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솔직히 여행을 가기가 싫다.
호주 준비를 위한 영어 공부는 어떻고… 지금 시점은 휴식 기간동안 영어 공부에만 매달려도 부족한 시기인데..
물질적인 문제도 걸린다.
그런데도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난 이 여행 이야기를 준비에서 부터 모든 여정까지 전부를 홈페이지에 글로 남기기로 했다.
사실 귀찮고.. 여행중엔 안그래도 정신 없는데..
그런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긴 여행을 하면서 무언가를 얻고 생각을하기 보다는 그냥 푹 쉬고 즐기는 여행이 되어버릴까봐..
하늘에서 그 분이 바라보고 계시고 홈페이지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바라보고 있다면 매 순간 깨있고있는 여행을 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