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여행 일기 Day 15 – 캄보디아로..

2008. 5. 6. (화) Day 15

AM 7:00
여행을 시작한지 정확히 2주가 되었다. 최소한 한 달 이상은 지나간 느낌이다.

어제는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하고 샤워를 했다. 기차 안에서 2박을 하며 씻지도 못했었는데.. 사이공 시내의 시청과 Reunification Palace (번역 하자면 통일의 궁전..?) 그리고 시장들을 가기 위해 오토바이를 빌리기로 했다. 베트남 거리엔 차 보다 오토바이가 훨씬 더 많고 여자들도 많이 타고 다니니까 위험하진 않겠지 하는 마음에.. 대학 시절 신문 배달도 해보고.. 오토바이 타고 학교 다니던 때의 실력을 한번 발휘해보고 싶었다.

하루 대여료 $5를 계산하고 여권을 맡기고 오토바이를 빌렸다. 보통 신문 돌릴 때 쓰는 씨티100과 비슷한 기종이다. 자신 있게 거리로 나왔지만 베트남 시내의 엄청난 오토바이 물결에 적응하기까진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베트남 거리의 오토바이 물결에는 나름대로의 리듬과 흐름.. 법칙이 있다. 엄청 무질서해 보이지만 오토바이 트래픽의 물결만 잘 타면 그리 위험하진 않다.

지도 한장 들고 호치민 동상이 있는 시청과 사이공 강가에도 가보고 중간에 점심을 먹었다. 1시에는 Reunification Palace에 갔다. 난 이름만 듣고 분단되었던 베트남이 통일된 것에 대한 자료나 볼거리가 많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원래 남베트남의 대통령 궁전을 그대로 보존한 건물이었다. 베트남전 당시 남베트남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사용하던 물건들이 전시되고 있었고 지하엔 전투 지휘실이 있었다. 야외 뜰에는 유명한 “전쟁을 끝낸 탱크”와 동일 모델의 탱크가 전시되어 있었다. 호치민의 공산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의 대통령궁을 이 탱크로 진입하면서 베트남전이 끝나고 남북 통일을 이루었다. 베트남이 비록 공산화로 통일되긴 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통일을 이루어낸 건 참 부럽다. 우리도 베트남과 참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는데 우린 무엇이 다르기에 여전히 남과 북이 그대로 갈라져 있을까..

통일 궁전을 나와서 Cholon에 있다는 미군용품 시장에 가려고 약 6km를 오토바이를 타고 갔다. 미군용품 시장이니까 혹시 여행중 필요하거나 쓸만한 물건이 있을까 해서 갔는데 결국 시장 자체를 찾지 못했다.

다시 돌아와서 샤워하고 근처 커피숍에서 주스를 마시며 인터넷을 했다. 여자친구와 화상 대화도 하고 캄보디아쪽 호스텔 예약과 정보 수집.. 밤에는 야시장에 가서 저녁을 먹고 일찍 잠들었다. 이제.. 오늘 아침 8시 버스로 캄보디아로 간다. 시간이 없어서 빨리 가야지..!

PM 1:25
캄보디아 국경을 넘어서 버스가 어느 페리 터미널에 서있다. 다리 대신 Ferry를 타고 강을 건너는 것 같다. 버스가 서있는 동안 캄보디아의 어린 소년 소녀들이 음식을 팔러 왔다. 그 중에는 구걸을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버스 맨 앞자리의 나와 눈이 마주친 한 여자 아이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이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최소한 끼니 걱정 안하고 공부할 수는 없나… 그럴 수 있다면 직접 도와주고 싶다. 그 아이에게 $1짜리 지폐를 쥐어주었다. 버스 가이드를 통해서 이름이라도 물어볼걸..

PM 9:00
프놈펜의 한 게스트하우스. 지금까지 여행 중 최악이다. 온수 안나오고 방 분위기가 무슨 창고 같다. 그리고 1층 리셉션은 Bar라서 내려가기가 싫다. 버스가 프놈펜 시내에 들어설 무렵부터 비가 무지막지하게 쏟아 내린다. 버스 안에서 신발을 샌들로 갈아 신고 우비를 꺼내고 배낭에 방수 커버를 씌웠다. 빗속에서 내려 짐들을 툭툭에 싣고 왔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거리로 나와서 내일 Siem Reap으로 갈 Boat를 예약하고 싶었는데 툭툭 기사가 강에 물이 부족해서 3개월 전에 Boat는 운행 중지되었다고 나를 버스 예약 사무실에 데려다 주었다. 웬지 속은 느낌.. 버스비는 $11로 비싼건 아니지만 자꾸 맥주 마시러 가자는게 낌새가 이상하다. 피곤하다고 최대한 미소 지으며 잘 둘러대고 거리 산책에 나섰다.

프놈펜의 질퍽한 시장 골목을 산책하다가 인터넷 카페가 있는걸 보고 들어가서 여자친구와 음성 통화를 했다. 인터넷만 되면 거의 전화가 필요 없다. 괜히 비싼 돈 들여서 전화 카드를 샀나 싶다. 오늘도 일찍 자야지… Siem Reap 가는 버스가 아침 7:30에 출발한다.

사이공에서 프놈펜으로 가는 버스가 막 사이공을 출발했을 때..

베트남-캄보디아 국경 통과.. 버스에서 모두가 내려서 출입국 심사 받고.. 다시 같은 버스에 탑승~

내가 탔던 버스가 캄보디아 세관에서 수하물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캄보디아로 들어오자 점심시간이 되었다. 버스가 한 야외 레스토랑에서 멈췄다. 이곳에서 밥과 야채, 그리고 쇠고기 바베큐를 사먹었다.

버스가 국경을 출발해 프놈펜으로 가는 도중... 강을 건너기 위해 한 페리 터미널에 서서 기다리는데 캄보디아 아이들이 먹을것을 팔려고 버스쪽으로 몰려들었는데..

내가 산 것은 아니지만.. 옆에 있던 베트남 아주머니가 자기가 산 걸 나한테 2개 주셨다. 찹쌀을 바나나잎에 싸서 찐것 같았는데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맛있었다.

이제 구걸하는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았던 나는 너무 민망했다. 사진에 5명의 아이들 중 뒷줄 왼쪽의 약간 긴머리 여자 아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도와주지 않을 수 없는.. 그 눈빛은 평생 못잊을 것 같다. 한국에 돌아가면 아이들을 1:1로 지원해줄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찾아봐야겠다.

프놈펜에 도착할쯤.. 억수같은 소나기가 쏟아졌다. 숙소에 체크인하고 잠깐 비가 그친 사이 시내 구경을 나왔는데 또다시 장대비가.. 비를 피하려고 갔던 인터넷카페 문에서 찍은 사진..^^

프놈펜에서의 저녁밥. 캄보디아식으로 찐 신(sour) 쇠고기라고 했는데 한국의 갈비찜이랑 거의 비슷한 맛. 약 6천원..

유라시아 여행 일기 Day 14 – 사이공 시내 당일치기

2008. 5. 5 (월) Day 14

AM 7:55
사이공에 도착했다. 아침 5시쯤에 일어나 세수와 양치를 하고 기차가 서기를 기다렸다. 하노이-사이공에서 잤던 이틀 밤 동안 꿈을 꾸었다. 첫날은 끔찍한 교통 사고를 목격한 꿈이었고 조금 전에는 한국에서 평소처럼 회사에 다니는 꿈이었다. 나보다 먼저 회사를 옮겼던 친한 동료 2명도 나와서 정말 평소처럼 생활하는 꿈이었다. 그런데 꿈에서 깨어 보니 덜컹거리는 기차 안. 조금 서글퍼졌다.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먼 땅에서 홀로 여행하는 것이 그리 쉬운 건 아니구나..

기차는 오전 5시 30분쯤 사이공역에 도착했다. 34시간의 기차 여행이 일단 끝났다. 예약한 게스트하우스에 오니 아침 6시 반. 아직 손님들이 체크 아웃 하지 않아 방이 없다고 10시에 다시 오라고 한다. 짐을 맡기고 나오니 PC방이 있길래 들어가서 여자친구와 메신저로 이야기했다. 1시간정도.. 2시간 빠른 한국에서는 여자친구가 이미 일어나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많이 보고싶다.

PC방을 나와서 아침 먹을 곳을 찾다가 여행사가 있어서 들어가서 내일 프놈펜 가는 버스를 예약했다. $10. 6시간 거리 치고는 싼 편인 듯 하다. 내일 아침 8시에 출발하니까 오후 2시쯤엔 프놈펜에 가겠구나..

롯데리아를 발견했다. 베트남에는 온통 한국 것으로 가득하다. 거리의 자동차들도 거의 절반이 대우, 기아, 현대… 그리고 택시와 버스의 60~70% 정도는 한국산이다. 한국의 중고차를 수입해서 그냥 쓰는지 시청, 대공원 간다고 써 붙인 버스도 있다. 아무래도 대우 그룹의 영향이 아닐까… 궁금하다.

롯데리아에서 아침을 먹었다. 여기엔 햄버거뿐 아니라 밥도 판다.. 밥과 튀긴 치킨이 야채랑 함께 나오는 음식과 아이스커피를 마셨다. 한국돈 3000원. 이곳 치고는 꽤나 호화스럽고 비싼 아침밥이다. 이 돈이면 3명이서 베트남 쌀국수를 먹을 수 있는데..

내일 캄보디아에 가면 Siem Reap에도 가볼까 한다. 앙코르 와트가 있는 곳이다. 사실 유명 관광지 쫓아다니는 여행은 안하려 했는데 일정상 약간의 여유가 있어서 캄보디아에서 하루를 더 투자하기로 했다. 프놈펜에서 Siem Reap 까지 보통 관광객들은 비행기를 타지만 메콩강을 따라 배를 타고 갈 예정이다.

34시간을 달려 사이공 역에 도착한 기차

사이공역 대합실의 모습

사이공역

오토바이를 타고.. 사이공 강가에 왔는데 그다지 강이 아름답진 않았다.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지도를 보고 찾아서 사이공 시청에 갔다. 호치민의 동상을 보기 위해.

시장..

남베트남의 대통령 관저였던... Reunification Palace. 남베트남이 사용하던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Reunification Palace 내부에 있는.. 남베트남 대통령이 사용하던 회의실..

Reunification Palace에서 바라본 정원과 정문. 베트남전 당시 호치민의 공산 북베트남군 탱크가 남베트남 대통령 관저였던 이곳의 저 철문을 뚫고 진입하면서 베트남전은 미국의 패배로 끝나게 되었다.

남베트남군이 사용하던 물품. 미국의 지원을 받았다는 표시가 있다. 그리고 이 기기의 제조사는 모토로라.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로 나왔다. 신호 대기중 한컷^^

주유소에서..

시내 여러곳을 둘러본 뒤 한 카페에서 무선 인터넷으로 여자친구와 화상 대화를 하며 다음 여행지의 교통 정보를 정리하던 모습..

셀프..^^

사이공에서 오토바이를 직접 몰고 다니던걸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서 한 서양인 아주머니에게 사진을 부탁드렸는데.. 처음엔 날 오토바이 택시 호객꾼인줄 알고 얼굴 찌푸리고 됐다고 하던..ㅎㅎ 나도 관광객인데 사진 한장만 찍어달라고 하니 금새 웃으며 사진을 꽤 여러컷 찍어주었다.

저녁 먹으러 간 야시장에서.. 싱싱한 해물이..후후후..

해질녘의 사이공 시내.

베트남에서의 마지막날 저녁은 조금 화려하게 먹었다. 우선 쇠고기 쌀국수에 돼지고기 숯불 BBQ, 콜라. 한국돈으로 거의 6000원정도 들었다. 베트남에서의 가장 비싼 밥...^^

베트남 전쟁 종결의 순간

공산 북베트남 탱크가 남베트남 대통령 관저로 진입하면서 베트남 전쟁은 미국의 패배로 끝났다. (사진: http://uktv.co.uk)

유라시아 여행 일기 Day 13 – 서른 네 시간 기차여행

2008. 5. 4 (일) Day 13

하노이에서 사이공으로 가는 34시간의 기차 여행 도중 두 번째 주일을 맞았다. 지난주 주일은 상해의 중국인 삼자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열차 안에 있어야 한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베트남 기차의 침대칸도 중국 기차와 같은 구성이다. Soft Sleeper는 한 칸에 4명이 함께 여행한다. 내가 탄 칸에는 중년의 중국인 아저씨와 23살의 베트남 여자와 비슷한 나이의 베트남 남자 그리고 나 이렇게 여행중이다. 이 사람들과 되게 즐겁게 가고 있다. 한국 사람끼리 모였다면 그냥 무뚝뚝하게 말 한마디 안하고 시간을 보냈을 수도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많이 friendly하다. 기차 창문을 열고 밖을 쳐다 보고 있으면 건널목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다들 웃으며 손을 흔든다. 나도 흔든다.

같은 칸에 탄 베트남 여자는 중국말도 영어도 잘한다. 그래서 중국인 아저씨와 내가 얘기하는 걸 영어로 통역도 해 주고 있다. 이름을 한번 물어봐야겠다..

새벽 5시 30분쯤 일어났다. 양치질과 세수를 하고 침대에 누워서 윌리엄 캐리에 대한 책을 읽었다. 단순히 구두 수선공이 인도에 갔다 정도의 이야기만 알고 있었지만 역시 현대 선교의 아버지 캐리가 인도에 가서 힘쓴 것은 성경 번역과 교육이었다. 그 역시 사람을 세우는데 힘썼다. 호치민도 그랬다.

단지 여행 중 인도에 가기 때문에 윌리엄 캐리의 책을 읽기로 했지만 앞으로 내가 살아야 할 귀한 모델이 되는 것 같다. 인도 캘커타에 도착하면 윌리엄 캐리와 테레사 수녀의 흔적들을 많이 찾아봐야겠다.

PM 12:10
점심을 먹었다. 기차 안에서.. 같은 칸 4명이서 웃으며 이야기하며… 혼자서 여행해도 이렇게 금방 친구들이 생긴다. 점심 식사를 중국인 아저씨가 사주었다. 오늘 밤도 기차 안에서 자고 사이공에는 내일 아침 도착한다. 윌리엄 캐리 책도 다 읽었으니 이제부턴 사사기를 다시 읽어야지.

참 좀 전에 기차가 바닷가 옆으로 난 고개를 넘었다. 기차 창문을 열고 사진을 많이 찍었다. 날씨도 좋고 풍경도 너무 아름답다.

PM 5:20
지루하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오랫동안 기차를 탄다. 34시간의 여행. 지도를 보면 거리상으론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은데 베트남의 기차길이 옛날에 지어져서 그런지 커브도 많고 그래서 느리다. 빨리 달려봤자 시속 80km 정도가 안되는 것 같다.

밥을 먹고… 영어를 할 줄 알았던 베트남 친구가 내렸다. 이젠 좀 조용히 가야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으면 다들 쳐다본다..

하노이와 사이공을 왕복하는 기차

기차가 바닷가 절벽의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갑니다. 기차 뒤에서는 또다른 기관차가 밀어주고 있음.

같은 침대칸에 탔던 친구들.. 왼쪽은 나보다 4살정도 어린 베트남 친구, 그리고 중간은 북경에서 온 중국인 아저씨. 이 아저씨가 밥도 사주셨음..ㅋ

해질녘에 바라본 기차 밖 풍경..

저녁으로 먹은 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