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란 무엇인가?

나는 최근 취업을 준비하면서 가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회에 진출하고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사회 속에서 나만의 위치를 설정하고 사회 속에서의 존재 이유를 발견한다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사회에서의 나의 존재 가치를 생각해 보기에 앞서 과연 가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했다. 물론 나 개인의 근본적인 존재의 이유와 가치는 확신하고 있지만 이 사회 속에서의 존재 이유와 나만의 고유한 가치는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가 없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가치라는 말에 대하여 묵시적인 이해를 하고 있다. 무언가 추구해야 할 것, 또는 값어치 있는 것. 하지만 어떤 관점에서 가치라는 단어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천차만별이다. 국어 사전은 가치에 대하여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인간의 정신적 노력의 목표로 간주되는 객관적 당위’ 또는 ‘어떤 대상에 대한 인간 주체와의 관계에 있어서 그것이 가지는 의의’. 모두 철학적이고 머리 아파 보이는 표현인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 필요한 가치라는 것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국어사전의 가치에 대한 설명으로부터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었다.

국어사전이 말하는 가치의 첫 번째 의미는 ‘인간의 정신적 노력의 목표로 간주되는 객관적 당위’이다. 한마디로 말해 가치란 인간의 정신적 노력의 목표이다. 좀 더 객관적으로 본다면 가치란 인간의 노력의 목표이다. 그러고 보면 모든 사람들은 어떤 노력을 할 때 목적을 갖고 한다. 그 목적 자체가 ‘가치’라면 나는 가치를 모든 개인과 조직의 내면에 작용하는 중력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그 중력의 방향에 따라 사람의 사고와 행동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지구 중심을 향하고 있는 중력으로 인해 지구상의 모든 사람과 물체는 알든 모르든, 좋든 싫든, 지구 중심을 향하고 있다. 내가 나의 내면에 작용하는 이 중력의 방향을 내 의지대로 설정할 수 있다면 당연히 나는 올바른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 일단 중력의 방향이 올바르게 설정되고 나면 나는 내가 모르는 중에도 내 생각과 행동은 저절로 그 중력의 방향을 향해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이 중력에는 여러 차원이 있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변함 없이 지켜야 할, 지구의 중력과도 같은 근본적인 가치가 있다. 하지만 사회 생활을 함에 있어서 이 근본적인 가치 못지 않게 중요한 가치는 매일 단기간의 내 삶의 방향을 설정해 주고 이끌어 주는 중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매일 아침 회사에 출근하고 책상 앞에 앉았을 때 내가 움직여야 할 방향이 확실하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을 찾고 추진하는데 별다른 고민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내 역량에 따라 그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력의 방향이 계약의 성공이 될 수도 있고 제품의 성공적인 개발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좀 더 추상적으로 고객에게 최대의 만족을 돌려주는 것 또는 고객과 회사가 동시에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가치가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원칙주의를 강조하고 윤리와 정직을 강조하지만 모든 것은 개인과 조직의 내면에 흐르고 있는 가치를 철저히 지향할 때 저절로 지켜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루하루 일할 수 있는 원동력, 나아가 삶을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이 중력인 가치인 것 같다.

국어 사전이 말하는 가치라는 단어에 대한 두 번째 정의는 어떤 대상에 대한 인간 주체와의 관계에 있어서 그것이 가지는 의의이다. 이 정의에 의하면 가치가 존재하기에 앞서 관계가 성립이 되어야 하고 이러한 관계는 그것만의 고유한 가치를 갖는다. 이런 면에서 나의 근본적인 존재 가치는 올바르게 정립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근본적인 존재 가치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발견하기 때문이다. 또한 관계라는 측면에서의 가치의 의미는 내가 사회인으로서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해준다. 일단 내가 사회에 나갔을 때 가장 먼저 맺게 되는 관계는 기업과 나의 관계이다. 외형적으로 볼 때 그 관계는 ‘고용’이라는 개념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지만 나는 그 관계 안에서 좀더 고차원적인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과거의 나 자신이나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어떤 회사나 조직에서 일을 할 때 항상 자기 중심적인 생각을 갖고 일을 한다. 근무 조건이 안 좋아지거나 조금이라도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면 불평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결국 상황이 허락할 때는 일을 포기하고 그 조직을 벗어나 버린다. 유난히 한국에서 ‘투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불법 파업이 많이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요즘 신문이나 뉴스에서는 젊은 사람들일수록 이런 경향이 심하다고 한다. 나는 이런 결과의 원인이 자기 자신과 기업과의 관계에서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존경하는 CEO인 안철수씨는 기업은 생명체와 같다고 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기업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는 기업의 모든 구성원들과 공유, 공감되어야 하고 그랬을 때 이 생명체는 영속할 수 있다. 두 주체가 같은 방향, 같은 흐름의 중력을 가지고 있을 때 그 관계에는 높은 가치 형성되고 양쪽 모두 건설적인 방향으로 스스로를 이끌어갈 수 있다.

사업을 경영하는 사람이 아닌, 그것도 아직 사회에서 제대로 된 걸음마조차 떼지 못한 내가 가치를 이야기한다는 게 어불성설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모순들을 볼 때 분명한 가치관과 어느 정도 공통적인 가치에 대한 이해는 이 사회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기업들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요소가 아닌가 싶다. 사실 나 역시 가치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명확하게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회 진출을 앞두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사회 안에서의 올바른 가치관을 찾고 발견하기 전에 먼저 가치가 무엇이고 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제 이 사회 안에서의 가치관을 찾고 정립하는 것은 이 사회 속에서 고유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나에게 주어진 하나의 숙제이다.


– 2004. 12. 30. 송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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