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섬기는 새터민 아이들 중에 한 아이가 고3이다. 이 친구는 두려움에 사로잡혀있다. 아직 한국에 들어온지 1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이라는 또다른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 마치 고향을 떠나 두만강을 넘는 것과 같은 두려움이 이 친구에게 있다. 어제 주일에 마침 지금은 대학생이 된 또다른 새터민과 셋이 던킨에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 정도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나와 그 대학생 언니되는 친구는 두려움을 없애주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머니의 대학 진학 반대, 학교 선생님에 대한 두려움, 경제적인 여건, 막막한 자신의 미래, 나는 할줄 아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마음의 다양한 그물에 얽혀서 도저히 헤어나오지 못할것 같았던 그 친구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실 대학 진학 포기에 대한 문제는 그동안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다할 영향을 내가 주지는 못했는데 대학생 언니와.. 사회 생활을 하는 나의 수많은 경험담과 따뜻한 격려 한마디 한마디가 결국은 포기했었던 대학 진학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도록 문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 친구의 두려움은 정말 대단했다. 이야기가 계속될 수록 양파 껍질을 벗기면 새 껍질이 나오듯 또다른 두려움이 튀어나왔다. 심지어는 인터넷을 잘 못하기 때문에 대학교 원서를 쓰는 것까지 이 친구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두려움이었다.
계속되는 주일학교 공과공부 시간에.. 또 어떻게 된 일인지 다른 아이들은 모두 일이 있어서 결국 나랑 이 친구 둘이서만 1:1로 말씀 공부를 하게 되었다. 고린도전서12장 말씀을 함께 나누며 난 나의 중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성공담이 아닌 실패담을.. 그 실패를 어떻게 딛고 일어서게 되었는지를.. 너무 감사하게도 이 장시간의 대화를 통해서 이 친구가 바닥 수준이던 자존감에 대해 자각하기 시작했고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 진학에 도전하기로 결단을 했다. 물론 나는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영역에 있어서 도움이 되려고 한다. 대학 입학과 대학 생활의 멘토링이 될 수도 있고 경제적인 서포트가 될 수도 있겠지.. 이렇게 한 영혼이 변화의 꼬투리가 생기고 삶의 방향이 조금이나마 전환되는 것을 보는 것, 그 가운데 내가 어느 한 부분을 통해 쓰임받는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 이런 관계를 통해서 이 친구도 복음을 받아들이고 영생과 천국을 약속받는 그분의 딸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