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라는 말이 요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3-4년 전에 학교에서 이런 용어를 들었을 때만 해도 이런 일이 정말 이루어질까 의심했지만 홈네트워크와 물류 산업을 중심으로 이미 유비쿼터스라는 말은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유비쿼터스라는 새로운 화두의 이면에는 RFID라는 핵심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을 의미하는 RFID는 전파를 사용해서 사람, 물건 등의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요즘 흔히 보는 교통 카드 보다 조금 더 먼 거리에서 식별이 가능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이 유비쿼터스 컴퓨팅에 대해 일찍 눈을 뜨고 이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우리나라는 IT강국인 것을 느꼈다. 적어도 몇주 전, 미국에서 RFID의 사용을 금지시키는 법안 통과에 대한 신문 기사를 읽기 전에는…
미국에서의 스토리는 이렇다. RFID를 사용한 개인 사생활 침해를 우려한 나머지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RFID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안을 6:1로 통과시킨 것이다. 엄격한 제한이라 함은 교도소에서의 죄수 관리와 병원에서 신생아를 관리하는 것 등을 제외하고는 모든 RFID 사용을 제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찌 보면 이는 시대에 역행하는 어이없는 결정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결정은 IT 산업이 현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현실이 IT 산업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중요한 원리에 부합하는 결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IT 산업 육성에 전력을 다해왔고 한국이 현재 IT 강국중의 강국이라는 사실을 국민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국민에게 왜 우리나라가 IT 강국인지 물어본다면 아마도 대부분은 ‘초고속 인터넷의 대중화’를 꼽을 것이다. 초고속 인터넷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정보 고속도로의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정보 인프라 시스템이다. 70-80년대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전 국토를 고속도로로 연결하여 1일 생활권을 현실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정보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내용 (컨텐츠)은 정보 선진국의 그것과 비교할 때 부가가치를 생산하기 보다는 지나치게 소비적인 것이 사실이다. 무조건 기술을 발전시키고 무엇에든 응용하려고 한 우리 정부의 잘못된 철학의 결과이다.
세계 1위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과 유비쿼터스 기술의 보급에 대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의 주인공이자 IT 기술의 장점을 충분히 누려야 할 사람에 대한 고려는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RFID의 다양한 도입으로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걱정은 없는지, 홈네트워크의 보안에 대한 고려는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든 각도에서의 공격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판단될 때 IT 기술이 현실에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기술 경쟁력에 사람 중심의 사고 방식이 곁들여 진다면 IT 강국을 넘어 진정한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할 날이 금방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2005년 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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