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왜곡된게 아닐까…? 아니.. 모든 사물과 피조물들은 왜곡되지 않은 채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과 영혼이, 그리고 관계에서 생기는 많은 쓴뿌리들이 그들간의 관계를 왜곡시키고 그리고 결국은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마저 왜곡시키는것 같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고전 13:12)
오늘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여자친구 집에 가서 같이 공부하면서 난 저녁으로 스파게티를 만들고… 같이 손잡고 기도하고 저녁 먹고… 또 공부하고 난 책 읽고.. 너무 행복했다. 자랑하려는건 아니지만 아무튼 이 순간 보다 더 좋은건 이 세상에 천국밖에 없을 것 같은 생각..ㅎㅎ 유치하지만 천국에 가서도 우리 둘만 사랑하며 지내고 싶다는 얘기들…
그리고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잠실역으로 와서 다시 버스로 갈아탔다. 30-3번 버스. 자리에 앉아서 30분정도 걸리는 집까지 버스를 타고 있는데 서계시던 어떤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눈에 띄었다. 아무말도 없이 1미터정도 거리를 띄워서 각자 서 있었기 때문에 난 당연히 모르는 사람일거라 생각했는데 자리가 하나 나자 아저씨가 아주머니에게 앉으라고… 말 없이 제스쳐로 이야기하는것 같았다. 그리고 아주머니가 조용히 그 자리에 가서 앉으셨고.. 그 두분은 나머지 시간동안 역시 아무 말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렇게 버스를 타고 가셨다.
그 두 분이 처음 사랑을 하고 결혼하기로 약속하고 함께 신혼 살림을 시작하면서도 그렇게 무표정한 얼굴로 말 없이 그렇게 지냈었을까..? 무엇이 그 두 분을 아무 말 없이 모든게 통하는… 그런 관계로 만들었을까.. 물론 버스 안에서 본 말 없는 대화와 무표정한 얼굴만으로 그 두 분의 관계를 절대 알 수는 없지만.. 세상 사람들, 사랑한다고 만나서 함께 사는 ‘두 사람’들의 관계가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두 사람 각자의 영혼과 그들간의 관계 자체는 이미 축복받고, 온전하고, 아름답지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마찬가지이지만) 하루 하루 세상을 살면서 생기는 오해, 상처 그리고 그런 오해와 상처를 드러내지 않음으로 인해 곪아버리는 일들이 반복되어서 결국은 마음의 눈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린 것같이 두 사람의 관계는 희미하게.. 음.. 또는 렌즈를 휘었을 때 보이는 것처럼 왜곡된 모습이 되는것 같다.
바로 옆에 있는 눈에 멀쩡하게 보이는 사람도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은 사람들마다 얼마나 다양하게 받아들이고 자기만의 이미지를 갖고 있을까? 설교에서 목사님이 ‘하나님’이라고 말하면 그 설교를 듣는 사람들 모두의 마음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모두 다르겠지..? 천국에 들어가는 그날까진 하나님의 정확한 상(相)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지도 모른다. 고린도전서 13장에서 바울이 말한 그 희미함. 내가 사람을 보는 눈, 하나님을 보는 눈 모두가 다 희미하다. 그래서 다를 수밖에 없고.. 그래서 더욱 겸손과 사랑이 필요한듯.. 바울이 고전13장에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 희미하에 대해 언급한 것이 그래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