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여행 일기 Day 31 – Taj Mahal 당일치기

타즈 마할을 바라보는 사람들

 

2008. 5. 22. (목) Day 31

PM 8:24
오늘은 내 생일… 숨가쁘기도 하고, 아무튼 정신 없는 하루였다. 하지만 못 볼 줄 알았던Taj Mahal을 봤으니 감사해야지.

아침에 일어나서 호텔 아침을 먹고 파키스탄 대사관으로 갔다. 어제 예매한 기차표가 10시 20분 출발이라 시간이 없었다. 대사관에 8시 30분쯤 도착하니… 이런. 비자 Fee를 은행에 가서 내고 오라고 한다. 그것도 릭샤 타고 가야 하는 곳인데. 어쩔 수 없이 은행에 갔는데 은행 문을 10시에 연다고 한다. 기차가 10시 20분인데… 좀 화났다. 인도 민족이 원래 게을러서 은행 문을 늦게 여는가 생각도 들었다. 그냥 타즈마할 보는 건 잊어버리고 은행 ATM 앞에 앉아서 Visa Application Form을 작성했다.

10시에 은행 문을 열고서도 기계 켜는데 10분 걸리고 아무튼 은행에서 20분만에 돈을 내고 다시 대사관으로 왔다. 그런데 이번엔 비자 신청서를 손글씨가 아닌 타이핑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 비 오는 날씨에 도대체 어딜 가서 타이핑을 해야 되냐고 물어보니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한 50m 떨어진 곳에 허름한 천막 아래서 몇 사람이 열심히 타자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거길 가서 50루피나 주고 타이핑을 해서 겨우 비자 신청을 했다. 그런데 내일 아침 9시 30분 그리고 오후 4시에 2번이나 대사관에 와야 한다고 한다. 오전엔 인터뷰, 오후엔 비자 찾으러… 왔다 갔다 하는 릭샤 값이 만만치 않은데… 게다가 비자 신청도 건물 안이 아니라 이 비 오는 날씨에 대사관 담벼락 밑 야외에서 했다. 좀 싫다.

숙소에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맥도날드를 발견… 너무 반가워서 릭샤에서 뛰어내려 들어갔다. 인도에서는 처음 보는 비인도식 레스토랑이라서.. 역시 쇠고기 메뉴는 없다. 야채랑 치킨만으로 된 햄버거만 판다. McChicken 세트를 맛있게 먹었다.

여행사에 왔다. 놓친 Agra행 기차표 환불을 받고 싶었다. 반도 안되는 60루피밖에 못받았다. 이미 기차가 떠난 뒤라서… 어떻게 Agra까지 가는 방법이 없나 궁금했다. 직접 기차역에 가서 기차표를 구하려고 줄을 섰는데 한 아저씨가 여긴 Local 표만 판다고 했다. 알고 보니 거짓말. 그 아저씨 말에 속아 결국 표를 구하긴 했지만 몇 배나 더 비싼 값에 표를 샀다. 그것도 에어컨 안 되는 3등칸으로… 그래도 딱 한번이니 참고 갔지만 의자 등받이가 90도 직각인데다가 한 의자에 4명이나 껴 앉아 너무 불편했다. 이제 외국인은 돈 덩어리로 보는 인도 장사꾼을 보면 일단 화부터 난다. 참아야 하지만 일반 가격보다 10배나 더 높게 부르면서 내가 깎으려고 하면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짓는 그들… 이 사람들 때문에 인도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안좋아졌다. 솔직히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음…

기차역에서 내려 Taj Mahal까지도 택시비 400루피나 들었다. 휴… Taj Maal을 봤다. 듣던대로 역시 대단했다. 솔직히 어떤 사람의 무덤인 줄은 알았지만 미리 공부를 하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다. 400년 전에 지었다는 건물이 어찌 이렇게 정교할까..? 사진을 찍고 벤치에 앉아서 천천히 건물 모양을 감상했다. 핸드폰으로 여자친구와 잠시 통화도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나 작은 문양 조각상까지도 모두 대리석이었다. 이걸 지은 노동자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완벽한 시대와 완벽한 환경에서 태어나서 살아온 것 같다. 단지 100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여행은 꿈도 못꿨을텐데.

좌우 대칭 건물인 Taj Mahal을 보며 내 29번째 생일을 맞았다. 파티도, 선물도, 축하 전화나 그런 것도 없지만 어느 생일 보다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젠 난 29살이구나…

일몰 후 Taj Mahal을 나와 저녁을 먹으러 한 레스토랑에 와서 Mix Veg. Curry와 Nan을 시켜서 먹고 일기를 쓰는 중이다. 돌아가는 기차가 밤 12시 50분 출발이다. 인도 기차는 너무 연착을 잘 한다. 내일 새벽 4시에 델리 도착인데 제발 오전 9시 30분에 있는 대사관 인터뷰에나 늦지 않게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주님 도와주실거죠…?

이제 인터넷 카페에 가서 시간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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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여행 일기 Day 30 – 비오는 델리역

2008. 5. 21. (수) Day 30

PM 11:40
오늘 아침 7시에 뉴델리 역에 도착할 예정이던 기차가 아무런 안내나 예고도 없이 3시간 넘게 연착했다. 게다가 델리엔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파키스탄 비자 신청 시간이 오전 11시 30분까지만 하기 때문에 10시 넘어서 도착한 상태에서 아무리 빨리 해도 못할 것 같았다.

빗 속을 지저분한 Main Bazzar St.를 걸어서 Smyle Inn 호텔에 왔다. 체크인을 하고 바로 나와서 오토릭샤를 타고 한국 대사관으로… 한국 대사관에서 추천서를 받아야만 파키스탄 비자가 쉽게 나온다고 해서 먼저 한국 대사관을 찾았다. 약간의 잔소리(?) – 왜 위험한 나라를 가려고 하는가…? – 를 듣고 어렵지 않게 추천서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걸어서 파키스탄 대사관을 찾아가니 이미 문을 닫은 상태… 기차가 연착해서 결국은 비자 신청을 못했다는 생각에 잠시 원망감이 들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오늘의 첫 식사를… 그리고 호텔에 와서 정말 오랜만에 더운물 샤워를 했다. 인도에 와서는 처음이다. 너무 좋다. 아까는 원망스러웠지만 비가 온 덕분에 델리의 날씨는 정말 선선하다. 계속 이랬으면 좋겠지만 보통 델리는 40도는 기본으로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 처음으로 땀을 하나도 흘리지 않음…

뉴델리 역에 가서 파키스탄 가는 날 국경 도시인 Amritsar 가는 기차표를 예매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전용 창구에서… 인도 기차에만 있는 이 시스템이 참 고마울 뿐… 하지만 내일 Taj Mahal에 가기 위해 Agra행 열차표를 사려 했는데 Full이라고 한다. 여행사에 가서 어렵사리 표를 구하긴 했지만 가는 기차는 입석 (wait list) 오는 기차는 밤 12시 50분 기차다. 내일이 생일인데… Taj Mahal을 생일 선물로 삼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