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눌린듯한 일본인의 감정

요즘 일본 지진 쓰나미에 원전 위기까지 말이 아닌데 한편으로 더 놀라운건 일본 국민들의 자제력인것 같다. TV에서 뉴스를 보면 사람이 죽고 가족을 잃어버리고 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같았으면 대성 통곡에.. 분명 누군가 원망의 대상.. 슬픔을 쏟아놓은 누군가를 찾고 난리가 아닐텐데 일본은 그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것 같다.

언론에서는 일본 민족의 놀라운 침착함과 자제력을 칭찬하고 놀라워하지만 난 솔직히 그 뒷면에 가려진 일본 민족의 억눌린 감정과 어두운 부분이 더 많이 보이는것 같다. 이런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감정의 표출은 오히려 더 건강한 것일 수도 있을텐데… 이런 해결되지 않는 내면의 상처와 억눌림과 영혼의 부자유함이 나에게는 느껴진다. 어쩌면 그래서 일본에 묻지마식의 살인사건이 많이 일어나는건 아닐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된다’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원자로의 콘크리트 격납 용기같은 단단한 껍데기 안에 나의 감정을 꼭꼭 가두어 두라는 말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일본 근대사의 굵짉했던 시기에 만들어진 이 민족의 왜곡된 자아가 치유되었으면 좋겠다.

방금 내 일본인 친구 hirose emi가 이번 지진 사태에 대해서 facebook에 남긴 말에는 이 말이 있다.. “i’m tired of smiling in public. i am crying now…..” 아.. 아무튼 이번 지진 사태는 정말 안타깝고 마음이 무너진다. 새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 광야에 길을 내시고 사막에 강을 만드시는 하나님.. 환란에 처한 일본 땅에도 새 일을 행하시옵소서…!

 

 

중등부 단기선교 후기 (벧전 3:8-9)

중등부 단기선교 후기


8월 9일 출발 당일에도 저는 이번 선교를 통해 하나님께서 저를 통해 어떤 일을 이루실지 알지 못했습니다. 팀원 중 유일하게 칼출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이었던 까닭에 준비 기간 중 새벽기도하고 아침만 먹고 출근을 해야 했고 마임, 찬양은커녕 간단한 일본어 회화 그리고 영적인 준비도 되지 않은 솔직히 스스로에 대한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고 출발을 했습니다. 출발 당일까지도 아이들 이름을 제대로 외우지 못하고 팀에서 아무런 할 일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제가 붙들었던 말씀은 잠19:21 “사람의 마음에는 많은 계획이 있어도 오직 여호와의 뜻이 완전히 서리라” 이었습니다. 이 말씀은 2001년 중국 연변 비전 트립을 떠나면서 비슷한 상황에서 의지했던 말씀이기도 합니다. 기도 가운데서 분명 하나님은 이번 선교를 통해 내 안에 역사하시고 나를 통해 뜻을 이루시길 원하신다는 믿음과 확신을 갖고 출발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내 머리로는 알지 못하지만 차차 안개가 걷히듯 보여줄 것이라는 확신과 기쁨이 제 안에 있었습니다.


첫째 날 도착 직후 역시 신실하신 하나님은 내가 일본에 왜 왔는지 이유를 알게 하셨습니다. 이혜진 선교사님의 선교 특강을 통해 일본의 근대 기독교 핍박에 대해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일본 사람의 폐쇄적인 성향, 일본인 친구들을 통해 보아왔던,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신뢰를 주지 않는 그들의 성향에는 극도로 잔인한 일본 근대 기독교 핍박에 그 백그라운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 사실을 알면서 거리의 일본인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나로 하여금 그들의 상처를 깊이 체휼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 최근 저는 우리반의 한 학생을 여름수련회에 초청하면서 그 학생에 대한 깊은 긍휼의 마음을 체험했습니다. 그 학생의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났습니다. 처음에는 알지 못했지만 그런 마음이 바로 그 학생이 앞으로 겪게 될 아픔과 상처가 이미 내가 사춘기 때 겪었던 큰 상처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수련회가 끝난 후 기도 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일정에 앞서 그들이 갖고 있는 아픔과 상처를 먼저 보여주시고 그 아픔을 마음으로 겪도록 하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너무 섬세하고 감사했습니다. 바로 ‘상처 입은 치유자 – Wounded Healer’가 되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이었습니다.



4박 5일의 일정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습하고 무더운 날씨에 몸이 지치고 길거리에 그냥 쓰러져 잠들고 싶을 정도로 육체적인 한계를 경험했습니다. 4일째 날 한 신사 앞에서 기도할 때에는 아찔한 현기증과 구역질에 귀신이 내 몸을 들락거리며 기도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졌습니다. 10분도 안되는 짧은 기도 속에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승리를 선포하며 평안함을 찾을 수 있었지만 난생 처음 겪는 마귀의 직접적인 공격, 무더운 날씨로 인한 육체의 한계, 모두가 지쳐서 하나되지 못하고 영적 싸움에서 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등은 저에게 마귀의 큰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도전에서 결국은 승리케 하신 하나님께 감사 드립니다.



나중에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지만 비전교회 이혜진 선교사님은 저와 같은 캠퍼스 선교단체 출신입니다. 그런 공통점 때문인지 선교사님과의 대화가 즐거웠습니다. 선교사님께서는 그런 대화 중에 저에게 꼭 일본에 와서 사역하라는 말씀을 4-5번에 걸쳐서 하셨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말이 아닌 진지한 콜링이었습니다. 이미 호주 원주민 자비량 선교에 비전을 갖고 인생의 방향을 그쪽으로 향해서 살고 있던 저에게 일본으로 오라는 진지한 말씀은 나의 남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라는 말이나 다름 없는 말입니다. 당연히 거부감이 들어야 하고, 평소의 저였더라면 두말할 것 없이 정중한 거절의 말이 나왔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저는 그때마다 선교사님 앞에서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하나님이 일본에 대한 상한 마음을 내 안에 주셨는데 선교사님의 그 요청을 거절할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앞으로의 제 인생을 제가 모든 것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순종케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내가 복음을 전해야 할 곳이 일본이든 호주든, 중국이든 북한이든 오직 하나님이 인도해주시는 대로만 따라가겠다는 다짐을 했을 때 역시 마음에 평안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일본 총리가 광복절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한 뉴스를 보며 전 이전과는 다른 일본 민족과 그 지도자에 대한 불쌍한 마음으로 다가왔습니다. 분명 하나님께서 단기 선교를 통해 내 안에 이루신 성령의 열매로 인한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제는 일본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중보자의 위치에 서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들의 상처와 아픔을 알게 된 이상 과거 그들이 우리에게 했던 일들이나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는 시사 이슈들과는 100% 별개로 일본에 대한 상한 마음을 품고 기도하고자 합니다. 한국에 도착한 후 기도를 하며 이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하나님께서 단기 선교를 통해 내 안에 이루신 말씀입니다.



“마지막으로 말하노니 너희가 다 마음을 같이하여 동정하며 형제를 사랑하며 불쌍히 여기며 겸손하며 악을 악으로, 욕을 욕으로 갚지 말고 도리어 복을 빌라… 이를 위하여 너희가 부르심을 받았으니 이는 복을 이어 받게 하려 하심이라” (벧전 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