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의 세상은 반경 2미터

우리 딸 유나가 태어난지 56일.. 만 8주가 되었다. 지난 3주 정도 우리 부모님 집에 들어가서 편하게 지내다가 오늘 저녁 우리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동안 밤에 젖 먹이는 거나 목욕 시키는거나… 너무 편하게 잘 지냈는데 이제 다시 우리 스스로 100% 아기를 키워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은것 같다. 아무튼 살짝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짐도 거의 이사짐 수준으로 싸들고 왔다. 와서 집 정리 하고 유나 분유 먹이고 한참을 우는걸 달래서 겨우 재웠다. 집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 우리에게 있어선 정말 큰 변화인데 유나는 여전히 잘 먹고 잘 싸고 잘 운다.

아직 태어난지 2개월도 되지 않은 갓난 아기라 그런지 우리 유나의 세상은 아직 반경 2미터 정도인것 같다. 그나마 정말 갓난 아기일 때는 입 안에 젖을 물리거나 눈 바로 앞에 흑백 그림을 들이 댈 때만 반응을 보였는데 이제 침대 위에 달아놓은 모빌도 볼줄 알고 딸랑이를 흔들면 고개도 돌린다. 오늘 넓고 좋은 집에서 옛날 아파트인 좁은 우리집으로 돌아왔는데 2미터 이상은 뭐가 뭔지도 모르는지 그저 유나는 똑같다. 시간이 갈 수록 유나의 세상도 조금씩 넓어지겠지.. 배고프면 밥하는 소리도 들을 줄 알게 되고.. 아빠가 퇴근해서 들어오는 현관문 소리도.. 엄마 아빠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눈을 뜨겠지..

하나님이 보시기에 나의 영적 세상은 과연 얼마나 넓을까? 반경 몇미터일까? 제대로 아는 것도 없이, 느끼는 것도 없이 여기 저기서 덤비고 다니는건 아닐까.. 정말 하는건 많다. 관계도 다양하다. 그런데 그 깊이가.. 인생의 깊이가 과연 몇미터일지 잘 모르겠다. 내가 보는 유나의 세상이나… 하나님이 보시는 나의 영적 세상의 범위나 그게 그거 아닐지 모르겠다.. 유나를 보며 사람이란 존재의 유한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아빠가 되고.. 딸 이름 짓기

2011년 5월 30일은 내가 아빠가 된 날이다.. 작년 가을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 그리고 특히 올해 초에 아기가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이후부터 아이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정말 고민 많이 했다. 처음에 난 주희(主喜)라는 이름으로 지어주려 했는데 사람들 반응이 너무 시큰둥하고 특히 아내는 극구 반대를했다. 고등학교때 주희라는 친구가 있어서 주희 하면 그 친구 이미지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ㅠㅠ 그냥 밀어부칠까 하다가 양보를 하고 다른 이름을 또 고민하기 시작했다.

유나 출생등록 직후 주민등록등본

난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아이 이름을 지을 때 이런 원칙을 갖고 만들어야지 하고 생각했던게 있다. 1) 일단 이름은 무조건 예뻐야 한다. 이름 때문에 놀림거리가 되거나.. 그런 불필요한 상처의 계기를 만들 필요는 없기 때문에.. 2) 그리고 부르기 쉬워야 한다. 한국사람이 부르든 외국인이 부르든 발음이 쉬워야 더 친근감이 생기는것 같다. 3)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경적인 의미와 구체적인 성경 백그라운드가 있어야 한다. 내 신앙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말씀이면 더욱 좋지 않을지..

이런 조건을 갖고 꽤 오래 고심한 끝에 유나라는 이름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한문으로는 柔娜인데 “부드러울 유”, “아름다울 나”이다. 한문으로 볼 때는 이런 뜻이다..  마음이 온유한 사람, 그리고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 (게다가 외모도 아름다우면 땡큐..ㅎㅎ)

그런데 사실 숨겨진 속뜻은 따로 있다.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 깊이 빠졌던 말씀중에 요12장이 있는데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아드렸던 부분이다.  요21장도 내게 정말 큰 의미있는 말씀인데 이건 베드로가 다시 찾아오신 예수님께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다. 만약 나중에 아들이 나오면 요21장에서 이름을 한번 생각해보기로 하고.. 요 12:3 말씀에서 두글자를 따서 유나라는 이름이 나온 것이기도..

“마리아는 지극히 비싼 향유 곧 순전한 나드 한 근을 가져다가 예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그의 발을 씻으니 향유 냄새가 집에 가득하더라” (요 12:3)

조금 억지 같기도 하지만 유나란 이름은 마리라의 “향 곡 순전한 드”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 유나가 이 말씀의 마리아처럼 예수님을 가장 많이 사랑하고 예수님을 닮은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한다.

우리 부모님과 장모님께서 이쁜 이름 여러개를 추천해주셨는데 사실 아빠의 신앙의 큼직한 부분에서 나온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