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대륙 여행 Day 5 – 상해 둘째날.. Walking Tour

2008. 4. 26. (토) Day 5

PM 2:40
하루 종일 걸었다. 상해에서의 두 번째 날 무얼 할까 고민도 못해봤는데.. 민박집에 있는 Lonely Planet을 빌려서 거기 있는 프랑스 조계와 구 시가지 Walking Tour를 했다.

아참..! 어제 밤 이야기를 하자면.. 어제 커피를 마시고 민박집으로 들어갔다. 저녁 먹을 때까지 2시간 동안 웹 서핑, 사진 옮기기, 일기를 컴퓨터에 타이핑하기 등을 하고.. 저녁을 먹고 외탄 야경을 보러 나왔다. 상해 외탄의 야경은 정말 멋졌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산책을 했다. 삼각대도 가져가서 멋진 야경 사진도 많이 찍었다. 그런데.. 지하철로 인민광장역까지 와서 8호선으로 갈아타려고 하는데 이미 막차가 지나간 뒤였다. 상해 8호선은 9:30에 막차가 있었다. 미처 서울 생각에 이렇게 일찍 지하철이 끊기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잡으려고 지하철역 안내 데스크에 물어본 후 3번 출구로 나와서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데 택시가 안잡힌다. 어느 쇼핑 센터 앞에 있는 택시에 물어보니 50원을 달라고 한다. 어이가 없었다. 지하철로 2정거장밖에 안하는데.. (상해 택시 기본 요금은 11원) 택시 기사와 이야기하는데 옆에서 한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아저씨가 타라고 한다. 일단 됐다고 하고 생각해보니 오토바이도 위험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아저씨를 찾았다. Laoximen까지 가는데 20원이라고 했다. 그래도 좀 비싼 것 같아서 15원으로 깎은 후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았다. 멀리 Laoximen역과 이마트가 보일 때 얼마나 반갑던지.. (사실 그때 밤 늦은 시간이라 약간 무서웠나보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건 잘한 것 같다. 돈을 아낀 건 둘째 치고 어렵게 살아가는 중국인 아저씨의 낡은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서 지저분한 헬멧을 같이 쓰고 열심히 달리면서 안되는 중국어로 몇마디라도 이야기 나눈 것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민박집으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같은 방을 쓰는 한국인 아저씨와 앞집의 발 마사지 가게에 가서 25원에 피로를 풀고.. 방에 들어와서 푹 쉬엇다.

오늘은..?
아침에 같은 방 아저씨로부터 또 좋은 정보를 얻었다. 나의 다음 목적지인 계림 (Guilin)에 대한 정보와 양슈오 (Yangshuo)의 지도를 받았다. 덕분에 숙소도 일반 도시인 계림에서 양슈오의 멋진 시골 호스텔로 바꾸었다. 아침을 먹고… Lonely Planet에 나온 프랑스 조계지 Walking Tour를 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Shanxi Nanlu 역으로 갔다. 2시간 동안 지도를 보며 우아한 거리 풍경들을 감상하며 걸었다. Lonely Planet을 너무 따라한건지.. 책에 소개된 러시아 정교회 옆의 Grape 식당으로 들어가서 책에 소개된 Menu를 주문해서 점심을 먹었다. 아직은 혼자서 중국 음식을 주문할 용기가 안난다. 쇠고기와 튀긴 꽈배기를 야채와 함께 데리야끼 비슷한 소스에 볶은 요리를 시켜서 콜라와 함께 먹었다. 27원.

점심을 먹고 나와서 나머지 남은 Walking Tour를 마치고 택시를 타고 예원이란 곳으로 갔다. 상해에서 택시는 처음 탄다. 예원 주변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이런 분위기가 싫었다. 거만한 모습으로 어슬렁거리며 물건들을 뒤적거리는 파란 눈의 관광객들.. 어떻게 보면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겠지만 일단 그 지역을 나와서 상해 구 시가지의 Walking Tour를 시작했다.

곧 재래시장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아무렇게나 걸어놓은 털 벗겨진 오리들. 신기한 과일들로 가득한 가게. 노점상에서 음식을 팔고 사먹는 중국 사람들의 모습을 봤다. 뭔가 사람들이 몰려있으면 어김없이 가서 어깨 너머로 구경하고, 너무 재미있고, 나도 여기선 그냥 평범한 중국인이고 싶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싶었는데 앞으로의 일정상 어쩔 수가 없다. Suit case에는 더 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다.

곤충과 새, 고양이, 강아지, 물고기 등을 파는 시장에 들어갔다. 구경을 하다가 커다란 앵무새를 쓰다듬는 한 아저씨에게 허락을 받고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필름 카메라라서 확인은 안되지만 처음 찍은 중국인 portrait 사진이 엄청 기대된다.

Portrait 사진을 많이 찍고 싶은데… 특히 중국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주름진 얼굴을, 그 단정하게 빗어 넘긴 흰 머리와 사회 주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회색 외투를 입은 모습을… 하지만 나도 상대방도 겁이 너무 많다. 나도 사진기를 들이대거나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을 꺼내기가 두렵고 그분들도 나랑 눈이 마주치면 즉시 눈을 피해버린다.

구 시가지 Walking Tour 도중 거의 끝나는 시점에서 길을 잃었다. 알고 보니 민박집 근처. 역시 이마트에 와서 KFC에 앉아 삥카페 (냉커피)를 마시며 일기를 쓰고 있다. 벌써 1시간째. 팔이 아프군.. 이제 들어가서 좀 쉬어야겠다.

PM 7:00
지금 난 상해의 가장 높은 진마오 타워의 Observation Deck에 와있다. 황푸강과 푸둥, 푸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서쪽 창가에 자리를 잡고 1시간 넘게 앉아서 일몰을 천천히 즐겼다. Sonny Clark의 색소폰 재즈 음악을 들어며…

상해는 참 아름다운 도시다. 내가 가봤던 중국의 어느 다른 도시들 보다 상해가 가장 아름답다. 중국 인민들의 삶, 그들의 미래도 상해의 풍경처럼 활기 넘치고 비전이 가득하며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상해의 한 시장 골목길..

러시아 정교회의 교회 건물.. 지금은 교회가 아니다.

혼자서 지도 한장 들고 상해 프랑스 조계 Walking Tour 도중 한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다. 밥, 콜라 포함 3천원 정도.

점심을 먹은 레스토랑 내부. Lonely Planet에 소개된 곳이라 그런지 깔끔하고 예뻤음~

다시 Walking Tour를 시작.. 상해 전통 방식으로 염색을 하는 곳을 발견했다.

염색 공장 마당에 널어 놓은 염색된 옷감들.

염색 공장 전시실 안으로 들어왔다.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이렇게 이쁜 창가에 앉아서 물 마시면서 잠시 쉴 수 있음.

진마오 타워 observatory deck에서.

해지기 전의 푸둥 전경. (진마오 타워)

진마오 타워에서 본 상해의 야경.. 진마오 타워에는 해지기 전인 4시쯤 올라가서 구경을 하다가 5시쯤 서쪽을 향해서 자리를 잡고 앉아서 천천히 구경하는게 좋다. 비록 의자나 이런건 없지만.. 난간에 걸터앉아도 편하기만 함..^^ 여기서 2시간동안 일몰도 보고.. 일기도 쓰고..

진마오 타워에서 내러와서.. 홍콩 누들 가게에서 저녁을 먹었다.. 누들 자체는 맛있었는데 다 먹고서 파리 한마리가 있는걸 봤다는..ㅡㅡ;

상해 지하철역에 이렇게 크게 지하철 역명이 써있다. 인민광장역..

 

유라시아 대륙 여행 Day 4 – 상해… Shanghai…

2008. 4. 25. (금) Day 4

기차에서 잠을 깼다. 어제 중국인 아줌마께서 중국말을 많이 가르쳐주셨다. 저녁엔 청도에서 샀던 신라면 컵라면이랑 바나나로 저녁을 때웠다. 저녁을 먹고… 노트북으로 영화 “첨밀밀”도 보고.. 오대원 목사님의 책 “두려움의 집에서 사랑의 집으로”도 다 읽었다. 지금은 오전 9시 30분.. Shanghai까진 2시간 정도 남았다.

기차가 역도 아닌 곳에 자주 선다. 다른 기차들 길 비켜주려는 것 같은데 한번 서면 10분은 기본이다. 한국 같으면 벌써 난리가 났을 법도 한데 중국 승객들은 정말 여유롭다. 아무 안내 방송 없이 기차가 15분, 20분을 그냥 서 있어도 침대에 누워서 자거나… 이야기를 하거나.. 책, 신문을 보는 등.. 각자 자기 할 일을 한다. 뭐 이런 건 2001년 중국에 처음 왔을 때도 느낀 거지만.. 우리가 배워야 할 점 같다.

PM 3:20
상해 이마트 1층에 있는 뚜레주르…
기차가 상해역에 도착해서 내린 후 지하도로 내려가니 바로 지하철 입구가 있었다. 3원을 내고 차표를 사서 민박집이 있는 Lao Xi Men 역에서 내렸다. 상해 지하철은 잘 되어 있어서 갈아타는 법도 쉽다. 영어 Sign도 많다. 지하철 역에서 내리니 바로 EMART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돌아 아파트 입구로 들어간 뒤 9층으로 올라갔다. 민박집도 쉽게 찾았다. 민박집에 와서 Guilin(계림)행 기차표를 받고 방에 짐을 풀고 숙박비 잔금 82원을 계산했다.

잠시 쉬다가 나와서 급한대로 이마트 1층에 있는 KFC에 가서 점심을 해결했다. 그리고 나왔는데 길거리에서 한 식당 아저씨가 토끼 한 마리의 가죽을 벗기고 있었다. 그러더니 큰 가위로 목을 자르고 배를 가르더니 손으로 내장을 다 끄집어 낸다. 토끼라는 동물이 순식간에 음식 재료가 되는 순간이다. 왜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는걸까.. 저 토끼를 요리한 음식을 먹으래도 먹을 수 있을 듯 하다.

민박집에서 얻은 지도를 들고 임시 정부 청사를 찾아갔다. 걸어서 한 15분 정도 걸렸다. 걸으면서 본 상해의 구 시가지는 청도와는 모습이 많이 달랐다. 뭔가 중국적인 특색이 별로 없는 청도에 비해 이곳은 정말 매력적인 골목과 기와지붕, 낡은 창문, 그리고 아무렇게나 걸어놓은 빨랫감으로 가득하다.

임시 정부 청사에 가니 역시나 하나투어 버스가 여러 대 서 있었다. 청사 안에 입장료 15원을 내고 들어갔다. 말로만 듣던 이곳을 와보다니.. 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무얼 하며 살았을까 생각했다. 아마도 이기적인 본성 때문에 한 기회 잡았다면 친일파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지 않았을까…?

김구, 이승만… 이 분들의 사진과 이야기를 봤다. 특히 서울에서의 마지막 주일날 “우리”지에는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기사가 나왔는데.. 대한민국 초창기에 주셨던 그분의 특별한 은혜를 지금 우리는 감사는 커녕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지내는건 아닐까..

기차 안에서 오대원 목사님의 책 “두려움의 집에서 사랑의 집으로”를 다 읽었다. 책을 보며 내 여행의 자세를, 특히 현지인을 대하는 마음을 고쳐먹게 되었다. 민족적, 문화적 우월감, 그리고 적대심, 일단은 거리를 두고 접근하는 마음 모두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한 이런 마음을 모두 버리고 훌륭한 나라 중국을 방문한 겸손하고 작은 손님이자 나그네적인 자세로 여행을 하기로 했다. 하나님이 나를 장차 보내실 곳, 그게 중국이든, 호주가 되든, 한국이든간에 사람을 존중하고 진심으로 사랑하겠다고.. 오늘 상해 거리의 사람들은 정말 멋있어 보인다. 예전에 중국에 왔을 때는 조금 지저분해 보이고 멀리하고 싶은 사람들이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다.

임시 정부 청사를 나온 나는 역시 걸어서 골동품 거리로 갔다. 서울의 인사동쯤 되지만 파는 물건이나 건물들, 가게 풍경, 거리 모습들은 수십 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물건을 사지는 않고 그냥 구경만 한 후 민박집 근처 Emart 1층에 있는 뚜레주르에서 커피를 마시며 일기를 쓰고 있다. 커피값 18원.. 한국에 비해서는 좀 싼 편이지만 그래도 여기서는 비싸게 느껴진다.

이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낡은 중국식 자전거 바구니에 노란 이마트 비닐 봉지를 싣고 어디론가 떠나는 중국의 아줌마 아저씨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나 뚜레주르 같은 것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한국의 국력이 이렇게 크구나.. 라고 생각을 할까..? 나도 한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어제 오대원 목사님의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나 중국인들이 갖고 다니는 삼성 핸드폰, 현대 소나타를 보는 건 한국의 국력이 아니라 단지 한국 기업의 능력일 뿐이고 우리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것은 절대 아닌 것 같다. 정말로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국력은 중국인을 마음에 품고 그들을 사랑하고 한국인과 중국인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모습이 퍼져 나갈 때 비로소 나타나게 되지 않을까..

민박집에서 저녁을 먹고 발 마시지도 한번 받고.. 저녁 야경 사진을 찍으러 삼각대 갖고 한번 나가 보려고 한다. 아.. 샤워도 좀 하고.. 여기 앉아서 창밖을 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속으로 기도하고 축복하고 있다. 이제 일어나야지..

난징 기차역에 서있을 때 반대쪽으로 지나가는 기차 전광판을 찍었습니다..

중국 기차 잉워 (Hard Sleeper) 구성.. 맨 윗칸은 천장 때문에 누워있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맨 아래칸으로 표를 사야만..^^

상해 임시 정부 청사 정문 앞에서..

상해 임시 정부 청사 안..

당시에 사용하던 태극기

골동품 거리에서 본 공산 혁명 시대의 인형들

마작을 하고 있는 중국인들. 여가라기 보다는 돈이 오가는 도박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민박집 바로 앞에 있는 이마트

상해 외탄의 야경. 왼쪽에 있는 타워가

외탄 야경...

유라시아 대륙 여행 Day 3 – 첫번째 중국 기차여행…

2008. 4. 24 (목) Day 3

청도는 많이 변하지 않았다. 2005년 1월.. 그때 주로 있었던 JUSCO, 맥도날드, 청도역 앞 바닷가 같은 곳들을 가봤다. 어제 청도 항구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민박집으로 왔다. 한국 사람은 조선족이 하는 민박들 덕분에 정말 편하게 중국 여행을 할 수 있다. 보통 1박에 100원, 아침, 저녁도 주고 기차표 예약까지 수수료 없이 해주니까..

어제 민박집에서 좋은 분들을 만났다. 한 명은 배에서 내 바로 아래칸 침대에 있었던 아저씨 (35살)인데 어제 민박집 앞에서 내려 서성이고 있는데 내게 말을 걸었다. 민박집을 찾느냐고.. 같은 민박이었다. 이분은 저녁때 식기도를 하는걸 봤다. 밥 먹고 이야기 나누며 한국 교회 이야기를 많이 했다. 교회와 정치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보다는 중국에서 복음적인 크리스천 사람을 만난 것 자체가 위로가 되고 좋았다. 이분과 (아직 이름도 모름) 저녁엔 같이 발 마사지도 받았다. 양화진 100주년 교회에 다닌다는데 정말 좋은 분 같다.

또 민박집엔 어떤 노부부가 묵고 있는데 중국 여행에 거의 모르는게 없는 분들이었다. 내가 보기에 여유 있게 여행하며 아직 건강이 있을 때 여러 군데 돌아다니며 즐기는 분들 같았다. 그 할아버지 노트북을 조금 손봐드렸다. 답례로 난 베트남 지도를 얻었다. 이분들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육로 여행을 하셨다고 하면서 정말 귀한 조언들도 많이 들었다. Nanning에서 Hanoi까지 버스로 가는 방법도… 사실 Guilin(계림)에서 하노이까지 기차가 일주일에 2번밖에 없어서 고민 중이었는데 하루에도 수시로 있는 버스 이야기를 들어서 안심할 수 있었다. 역시 하나님은 만날 사람을 만나게 하시는 것 같다.

오늘 아침밥을 먹고 대충 짐을 싸놓고 진교 Peer라는 곳으로 왔다. 314번 버스를 타고.. 완전 만원 버스였다. 이곳도 2005년 1월에 왔던 곳이다. 많은 것들이 그대로이다.

있다가 오후 3시 30분에 Shanghai행 기차를 타야 한다. 다시 해보는 중국 기차 여행. 기대가 된다. 음… 점심은 100주년 교회의 그 형제와 12시에 민박집에서 만나서 까르푸 Food Court에서 먹기로 했다. 오늘 Xian으로 간다는데 헤어지기 전에 이름도 물어보고 사진도 한 장 찍어야겠다.

PM 3:50
조금 전 청도에서 상해로 가는 열차가 출발했다. 2001년에 탔던 기차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잉워 맨 윗칸 침대라서 조금 걱정했다. 1층이어야 짐도 지키고 할텐데… 그런데 6명이 같은 칸을 쓰는데 착한 아줌마 아저씨 부부와 늙은 노부부가 함께 있다. 나머지 1명은 좀 이상한 표정의 아저씨다. 조금 걱정된다…

아까 일기를 썼던 맥도날드에서 성경공부를 하고 있는 어떤 중국인 여자 2명을 봤다. 신기하기도 하고 감동적이었다. 실제 중국인이 성경을 펴놓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은 처음 본다. 표정도 몰래 훔쳐봤는데 정말 행복해 보였다. 마치 천국에 있는듯..

같은 칸의 중국인 아저씨가 토마토 하나를 주셨다. 입이 아파서 별로 먹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거절하면 예의가 아닐 것 같아서 받아서 먹었다. 시지 않고 상당히 맛있었다. 기차 안에서 스피커로 중국 노래가 나온다. 좋은 느낌이다.

중국 사람은 차 마시는 걸 정말 좋아한다. 우리 칸에 탄 사람들도 기차가 출발도 안했는데 온갖 종류의 차를 꺼내놓고 서로 나누어 마신다. 좋은 습관 같다.

Shanghai 도착 시간을 몰랐는데 중국인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내일 오전 11시 10분 도착이라고 한다. (물론 종이에 적어서 가까스로 물어봤음.)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어떻게는 커뮤니케이션이 된다.

칭다오의 스카이라인

칭다오 진교 Peer에서 좀 이상한걸 파는 사람을 발견.. 아주 작은 비닐 주머니 안에 작은 금붕어 2마리를 넣고 열쇠 고리를 달아서 파는 모습.. 비닐백엔 Beijing 2008 올림픽 로고가 선명한데.. 중국 사람들에겐 아주 인기가 있는듯 합니다.. 이걸 본 난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만..ㅠㅠ

중국인 아저씨에게 부탁해서 찍은 사진.. 칭다오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칭다오 시내에 아주 흔한 자동차.. 3륜차인데 마티즈를 많이 닮음..

칭다오 기차역 앞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마시며 일기를 썼습니다..

일기를 쓰고선.. 지도를 보며 내가 갈 곳이 어디쯤에 있나 확인..

이름을 모르지만.. 같이 점심먹고 헤어지기 전에 찍은 사진..

칭다오 기차역은 현재 확장 공사중이라 임시로 시팡 (四方, Sifang) 역이 칭다오 메인 기차역 역할을 하는중..

시팡역 내부 전광판. 영어 표기가 전혀 되지 않아 좀 헷갈렸지만 타야 할 열차편명 코드만 잘 보면 어디로 가야할지 다 알게 됩니다.

칭다오 시팡역을 떠나 상해로 가는 K296편 열차표

기차 외부 모습..

유라시아 대륙 여행 Day 2 – 바다 위에서…

2008. 4. 23 (목) Day 2

AM 9:00
밤새 잠을 설쳤다. 객실이 뒤쪽이라서 그런지 엔진 소리도 너무 크고 엔진 돌아가는 충격이 침대로 다 전달된다. 기차 같으면 천천히 덜컹거리는 리듬에 더 잘 잠이 들텐데…

아침 7시쯤 일어났다. 어제 못했던 사우나에 갔다. 어젠 비도 맞고 찝찝해서 사우나에 가고 싶었는데 너무 일찍 문을 닫아버렸다. 여객선 안의 사우나는 예상보다 정말 좋았다. 보통 사우나 하면 어두운 곳에 백열등이 켜지고 습기가 자욱한 그런 분위기지만 여긴 수평선이 보이는 커다란 통 유리 창문이 있어서 상쾌한 아침 햇빛이 가득했다. 게다가 손님이 나 혼자라서 너무 기분 좋게 목욕을 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며.. 목욕을 하고 레스토랑에 가서 아침을 먹었다. 역시 바다가 보이는 커다란 창문 옆에서.. iPod으로 Bob Marley의 음악을 들으며..

어제는 날씨 때문에 그리고 막상 떠난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겁이 났지만 지금은 날씨도 정말 좋고 기분 좋게 목욕을 해서 그런지 기분이 좋다.

이제 50분만 있으면 도착인데 창 밖으로 육지는 보이지 않는다. 사방을 둘러봐도 수평선뿐이다. 이 우주에 이런 별이 또 있을까.. 완벽한 그분의 솜씨에 그저 놀랄 뿐이다. 이런 걸작품을 멋진 배에서 편안한 소파에 앉아 통 유리 너머로 바라보는 나는 세상에 얼마 안 되는 행운아 중에 한 사람인 것 같다.

잠깐 갑판에 나갔었는데… 바람이 너무 심해서 도저히 서 있을 수도, 숨을 제대로 쉬기도 힘들다. 하긴.. 배 속도가 대충 40~50km/h는 되어 보이는데 이정도 바람은 거의 태풍 수준이겠지..

배에서 하루밤을 지내고 아침에 일어나서 먹은 아침 식사..

갑판 위에서..

내가 사용한 3등 선실 내부 모습.. 3등칸은 침대칸과 온돌방이 있습니다.

배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다가 문득..ㅡㅡ;

배가 칭다오 항구에 가까이 다가갑니다.

칭다오 여객 터미널에서 입국 심사를 받고서 거리로 나왔습니다.

칭다오 시내 맥도날드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는데.. 콜라를 Large로 시켰는데 이런 컵에 나왔어요.. 거의 1리터정도는 될듯한..ㅡㅡ; 그런데 콜라를 마시다가 문득 든 생각.. 빨대가 컵에 built-in이었는데 그럼 빨대를 대충 씻어서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건가..?

유라시아 대륙 여행 Day 1 – 청도행 여객선에서…

2008. 4. 22 (화) Day 1

인천 국제 여객 터미널에서 Qingdao행 배에 올랐다. 편도 10만원으로 중국에 갈 수 있다니…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지 않고 이 반도 국가 한국을 떠나본다. 아직 배는 출항하지 않고 있다. 지금이 오후 6시니까 한 시간 후에 배가 출발한다. 여행 첫날부터 참 힘들다. 밖에는 비가 온다. 우산을 suit case에 넣어놔서 꺼낼 겨를도 없이 비를 맞았다. 배에 탑승할 때는 앉아있던 벤치에 여권을 놓고 갔다가 한 중국인이 다급하게 달려와서 건네주기도 했다. 첫날부터 실수라니. 위동항운의 국제 여객선은 참 크다. 셔틀버스를 타고 배에 탑승하러 가는데 타이타닉 생각이 났다. 타이타닉 영화에서는 극적으로 배표를 따고 환호하면서 배에 오르는 잭과 친구 그리고 환호하는 사람들.. 그런데 난 그다지 기분이 상쾌하진 않은 듯 하다. 비도 오고.. 막상 여자 친구를 두고 떠난다고 하니 마음이 좋지 않은 것 같다. 배에 타서 한 시간 정도 여자 친구와 통화했다. 배가 육지에서 멀어지면서 감이 멀어지고 말이 안들릴 때까지 통화했다.

배로 여행하는 것 생각보다 좋다. 역시 아는 사람이 같이 여행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지도를 봤다. 내가 가야 할 수천 킬로미터의 처음 시작. 병무 신고도 하지 않고 외국으로 나가는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라시아 대륙을 육로로 왕복하는 어찌 보면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이 어이없는 여행.. 이 여행을 통해서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나게 하시고 봐야 할 것, 해야 할 것들을 보고, 하게 하실 하나님 한 분만 붙들어야지..

밖엔 계속 비가 온다. 갑판에 나가 보고 싶은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지 배가 조금씩 흔들리는데 비행기가 가끔씩 흔들리는 정보인가.. 아무튼 뱃멀미 걱정은 없을 것 같다. 화장실에는 이상한 변기가 있다 분명 모양은 변기인데 엄청 크다. 알고 보니 멀미 전용 변기이다.

지금은 밤 10시.. 이제 슬슬 침실에 가서 책이나 봐야겠다.

떠나는날.. 인천항으로 가기 위해 집 앞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인천 국제 여객 터미널 입구

인천 국제 여객 터미널 내부

인천에서 칭다오까지 가는 배표 사진..^^

내가 타고 갈 위동항운의 여객선

배 갑판 위에서.. 여기서 꽤 오랫동안 전화 통화를 했음..

배가 갑문을 지나 먼 바다로 나가는 모습

유라시아 육로 횡단 여행 출발 D-5…. 여권과 비자

출발 날짜가 다가온다. 출발전 10일간 무얼 해야 할지 다 계획표를 만들어놨었는데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날짜가 다가오면서 괜히 일을 너무 크게 벌려놓고 있는건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 여행을 꼭 해야겠다고 확신을 얻었던 때의 첫 마음과.. 여행을 하면서 만날 사람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설렌다는…ㅋㅋ

병역특례 소집 해제가 된 후에야 여권을 만들 수 있는줄 알았다. 음… 하지만 소집 해제(전역 날짜) 3개월 전 부터 여권을 만들 수 있다. (보증인이 필요 없는 일반인과 동일한 여권.. 10년짜리 복수 여권도 가능) 준비물은 “전문 연구/산업 기능 요원 복무 확인서” 병무청 사이트 www.mma.go.kr 에 가면 바로 출력해서 사용할 수 있다. 프린트한 복무 확인서와 여권용 사진 2장을 구청이나 시청 같은 여권 발급 기관에 가져가서 신청을 하면 3-4일 후에 “정상적인” 여권을 발급받는다…

내가 여행중에 입국해야 할 나라들이 대충 20개국에 이르다 보니 비자 발급 기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 원래는 여행사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혼자 진행하려 했는데 그 많은 비자를 다 혼자서 받기엔 무리가 있을듯 싶어 우선 러시아, 중국, 인도, 캄보디아 비자를 여행사에 의뢰했다. 이것도 맡긴지 이미 3주가 지났는데 출발 전날 겨우 맞출 수 있을듯 하다. 국내 발급보다 오히려 동남아 국가에 가면 발급이 더 빠르고 쉬운 이란과 파키스탄 비자는… 방콕에서 이란 비자를 받고, 델리에서 파키스탄 비자를 받으려고 한다. 둘 다 1박 2일만에 한국보다 더 싸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어제는…^^
인터넷이 되는곳에서 신속한 화상 채팅을 위해서.. 드라이버 설치가 필요 없는… 꽂으면 바로 작동하는 웹캠을 샀다.
오늘은.. 갑자기 고장난 외장 하드 AS 받고… 오는 길에 썬크림과 오일 컨트롤 필름 (일명 기름종이..ㅎ)를.. 음.. 그저껜 작은 물티슈로 2통이나 샀다… 아무래도 여행할 때 땀이 많이 날듯 해서.. 이런쪽으로 많이 신경쓰이나보다.. 고장난 카메라 수리에.. 삼각대도 새로 사고.. 4개국 비자 발급까지.. 출발도 안했는데 이미 꽤 많은 돈이 들어가서 살짝 마음이..ㅠㅡㅠ

유럽 일정 축소…

이렇게 긴 여행길을 2개월 안에 끝내는건 무리인가 싶다.
원래 그냥 혼자서 생각할 때는 중국, 티벳, 인도, 등등 거치고 터키에서 비행기로 이집트, 이스라엘까지 꼭 가보고싶었다.
그리고 유럽 대부분 지역을 다 여행하고 또 러시아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귀국하는게 내가 상상하던 여행이었는데…

일정과 비용이 정말 만만치 않다..
빠듯한 예산에… 몇개월씩 직업 없이 계속 여행만 할 수도 없는 사정인지라..
이집트, 이스라엘쪽은 과감히 취소하고..
유럽에서의 일정도 아는 선교사님들과 동생이 있는 독일…
그리고 옆에 있는 프랑스정도…
원래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대서양을 바라보며 유라시아 대륙 육로 횡단의 기쁨을 맛보려 했는데…ㅋㅋ
대신 프랑스 제일 서쪽 끝에 있는 Brest라는 도시에서 대서양을 보려고 한다.
터키를 통해 유럽에 들어가서 모스크바로 빠져나오기까지 유럽 일정을 12일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다. 바쁘게 돌아다니는 일정을 과감히 포기하고…

10년짜리 여권 발급..^^

난생 처음으로 1년 이상짜리 여권을 발급받았다. 자그마치 유효기간 10년…!!
다음달에 나이 서른에 군생활을 마치는 나로서는.. 정말 감개 무량한… ㅡㅡ; 그런 순간이었다..ㅋㅋ
외국에 한번 나갈 때마다 1년짜리 단수 여권을 받아야 하는 내가…
지금 서랍을 열면 그동안 썼던 여권이 7개가 나온다…ㅎㅎ
그것도 여권 한번 받기 위해 친척집을 얼마나 전전했던지…ㅠㅠ (병역 미필자는 이유를 아심…ㅋ)
이제는 병역이라는 족쇄에서 완전히 해방된 느낌이다..^^